통합당 '구원투수' 김종인의 씁쓸한 퇴장…당내 반응 엇갈려

선거운동 기간 수도권 종횡무진 했지만 역부족
비대위원장 등 역할론에 '회의적 vs 환영'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완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선거를 총지휘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씁쓸한 퇴장을 맞았다.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의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더불어민주당의 2016년 20대 총선에 연거푸 승리를 안겨준 김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선거의 왕' '승리의 남신'으로 통했던 인물이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매번 놀라운 대역전극을 펼쳐왔던 그가 이번엔 통합당에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총선을 2주가량 남기고 등판했지만 이후 오히려 통합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 속에, 김 위원장도 결국 '패장'의 불명예를 안고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 결과 관련 특별 기자회견에서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은 인정한다.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패인이 통합당의 쇄신·개혁 부족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올해 80세인 김 위원장은 선거운동 기간 승부처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루 십여곳을 종횡무진하며 '정권심판론'을 외쳤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통합당이 과연 대안세력을 자임할 자신이 있는지 되묻는 싸늘한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김 위원장이 막판 선거전에 합류한 시간이 너무 늦었을 뿐만 아니라 당의 역량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총선 전 당 일각에선 한때 승리한다는 가정하에 김 위원장이 향후 보수개혁 진영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당 전체가 침몰하면서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도 통합 과정에 기여하면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었지만 참패 성적표 앞에 빛이 바래게 됐다.

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든 새 지도부를 뽑기 위한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든 21대 당선자들이 합의해야 한다"며 "당내 비대위에 대한 반감도 있어서 김종인 위원장이 역할 할 공간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에서 당선된 송언석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 특정인을 거명해 비대위원장 이야기를 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며 "어떤 분이라도 당을 추스르고 국민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분을 모셔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그동안의 정치 경험과 연륜을 살려 당 재건과 수습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구 수성갑에서 5선 고지에 성공한 주호영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공천이 다 된 상태에서 선거 지휘를 너무 늦게 맡아서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며 "그러나 그분이 가진 정치 흐름을 읽는 안목 등을 봤을 때 여전히 당에 큰 도움이 될 분이고 당을 회생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계속 당을 맡아서 갔으면 좋겠다. 선거전에 너무 늦게 합류해 수습할 수 있는 시간조차 없었고 그나마도 잘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패장'이라고 평가절하하기엔 과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