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영리병원 소송 첫 재판…첨예한 법정공방 시작

의료기관 개설 조건부 허가 적법성 놓고 다툼 '치열'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다 무산된 제주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첫 재판이 21일 열렸다.
제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현룡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301호 법정에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과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 등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첫 공판에서 양측은 제주도의 의료기관 개설 조건부 허가의 적법성을 놓고 견해차를 보이며 앞으로 첨예한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녹지 측 변호사는 "제주특별법에 의해 의료법 상 의료기관 개설 허가 권한이 제주도지사에게 위임됐으나, 내국인 진료를 제한할 수 있는 재량이 부여되지 않았다"며 처분 자체에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주도가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한 데 대해서도 "병원 개원이 지연된 정당한 사유가 있고 허가 취소 대신 업무정지 15일 등 다른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며 도지사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강조했다.

녹지 측 변호사는 재판부가 투자자-국가 분쟁(ISD) 제도를 통한 소송 절차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고 묻자 "이 사건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최종결과를 보고 의뢰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이에 제주도는 "의료법 상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제한하는 것을 문제 삼고 있으나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조건부 허가를 낸 만큼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병원을 우선 개설하고 차후에 허가조건에 대한 하자를 다툴 수 있음에도 개설을 늦춘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맞섰다.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은 말 그대로 제주도의 병원 개설 허가조건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다.

녹지국제병원은 2018년 12월 5일 제주도로부터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건부 개설허가를 받았다. 녹지 측은 진료 대상에 내국인을 제외한 허가 조건이 의료법을 어겨 위법하다고 반발하며 2019년 2월 14일 제주도의 개설 허가조건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우리나라 모든 의료기관은 어떤 환자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진료를 거부할 수 없게 돼 있어 해외 의료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영리병원도 원칙적으로 내국인을 진료할 수 있다.

다만, 당시 제주도는 영리병원에 대한 국내 정서를 고려해 외국인만 진료할 수 있다는 조건부 개원 형식으로 허가를 냈다.

양측의 다툼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제주도는 2019년 4월 17일 녹지국제병원이 의료법이 정한 개원시한(90일) 내에 문을 열지 않자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 측은 같은 해 5월 20일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허가 취소처분에 반발, 허가 취소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연이어 제기했다.

다음 재판은 6월 16일 오후 3시 30분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의료영리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날 재판이 열리기 전 제주지법 앞에서 영리병원 완전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소송 제기 1년 2개월 만에 시작된 이 재판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 결과에 따라 영리병원 정책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확대 정책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에서 공공의료 정책을 파괴하는 영리병원 추진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