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전국민 지급후 자발적 기부유도…제2금모으기 운동 기대(종합2보)

재난지원금 둘러싼 당정간 이견 노출에 부담, 정총리 나서 절충안 마련
청와대 전날 '하위 70% 지급' 제안했으나 당에서 반대…'기부 통한 환수'안 부상
여야 합의 관건인데 야당은 부정적…예산안 통과시 문대통령 '1호 기부'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규모를 놓고 이견을 보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2일 일단 전국민에게 지원금을 준 뒤 기부를 통한 '자발적 반납'을 유도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찾았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긴급성과 보편성의 원칙하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사회 지도층과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재정부담을 경감할 방안도 함께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정책위의장은 "당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고 당정간 공감대를 마련하는 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역할을 해줬다"며 당정간 조율을 거친 방안이라고 설명했고, 정 총리는 조 정책위의장의 발표 이후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제도가 국회에서 마련된다면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오전 정 총리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 뜻을 전달해 홍 부총리도 수용하기로 했고, 청와대와도 조율했다"고 말해, 당정청이 사실상 합의한 안(案)임을 분명히 했다. 당정청은 이 절충안 마련을 위해 전날부터 긴박하게 움직였다.

코로나19 위기가 엄중한 상황에서 당정간 이견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70% 지급 정부안에 야당이 힘을 보태면서 정부·야당이 같은 편이 되어 여당과 각을 세우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봤다. 당정청 내부에서는 이미 지급액 축소, 기부를 통한 환수, 세금을 통한 환수, 소득 하위 70% 우선 지급 후 30% 이후 지급 등 다양한 방식의 '보완 아이디어'가 거론돼왔다.

청와대는 이중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통해 일단 소득 하위 70%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3차 추경으로 나머지 지급을 하자'는 방안을 전날 민주당에 제안했으나 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기부를 통한 환수' 방안이 유력하게 떠올랐고 정 총리가 당과 기재를 중재하는 역할을 맡아 절충안을 마련했다. 당은 이해찬 대표 보고를 거친 뒤 조 정책위의장 발표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

다만 전국민 지급에 강하게 반대해 온 홍 부총리와 기재부의 입장은 여전히 모호해 당정간 이견의 '불씨'는 남아있다.

정 총리 주도로 당정이 이견을 해소한 모양새를 취했지만, 기재부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정부가 수용하겠다'는 의사는 기존과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이날 정 총리와 논의 여부, 민주당 발표안에 동의하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드릴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 총리가 중재한 이번 절충안으로 사실상 정부를 설득한 것으로 보고 야당과의 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긴급재난지원금 문제와 관련해 "매듭을 빨리 지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민주당의 발걸음은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당정의 이번 절충안은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차별 없이 지급하되, 고소득층 등은 자발적으로 이를 수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재벌에게도 지원금을 준다' 등 고소득층 지원의 불합리성에 대한 비판, 세금을 통한 환수처럼 '줬다가 빼앗을' 경우 살 수 있는 반발도 피하는 방식이다.

기부 반납 참여 규모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참여 폭이 커질수록 재정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전사회적으로 '자발적 반납'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애초 정부안대로 '소득 하위 70%'에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재정만 쓰게 될 가능성도 있다.

조 정책위의장은 "앞으로 지원금을 수령하지 않고 기부하겠다고 표명하는 고소득층, 사회지도층이나 국민들이 많아지고 캠페인이 분다면 그만큼 추가적인 재정 소요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인데, 민주당은 자발적 반납분을 기부금으로 인정해 연말에 기부금 세액공제를 적용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만약 4인 가구가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모두 기부하기로 결정할 경우 이 가구에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세대주에게 100만원 세액 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당정은 참여 확산을 위해 대대적 캠페인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처럼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여야 합의를 통해 이 방안이 최종 확정되면, 당장 문재인 대통령이 재난지원금 '1호 기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 대통령을 시작으로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자발적 기부 반납 의사를 밝히면 전사회적 '기부 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대통령이 1번으로 기부를 선언할 것이고 들불처럼 여당 의원들, 정부 인사들의 기부 참여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런 방식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재정 부담을 경감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책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체 지급 대상자 가운데 10∼20% 정도는 기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문 대통령이 1호 기부에 나선다면 참여가 이어지면서 1조원 정도는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벌써 야당 압박에 나섰다.

조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일단 당정간 합의안을 가져오면 논의를 수용하겠다'고 이야기했으니 이제 더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번 당정 절충안에 부정적이다.

당정 절충안대로 국민의 자발적 반납을 통해 일부 재정을 다시 채워넣더라도 당장 전국민 지급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3조원가량의 증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부가 국가의 책임인 재정 문제를 국민 개인의 선의에 기대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