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상가 "코로나19로 일본의 잘못된 정치문화 드러나"

마이니치 인터뷰…"한국 등 고개 넘었는데, 일본만 뒤처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는 각국에 배포된 시험 문제지다. 한국, 중국, 대만은 문제 풀이에서 고개를 거의 넘었는데 일본만 뒤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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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사상가(思相家)로 알려진 우치다 다쓰루(内田樹·70)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가 22일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일본의 현 상황이 국가적인 결점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우치다 명예교수는 이날 자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각국의 코로나19 대책을 시험에 비유하면 같은 문제지가 배포돼 해답 찾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유럽과 미국 상황은 심각하지만 동아시아에선 중국, 한국, 대만이 고개를 거의 넘어섰고, 일본만 뒤처지고 있다"면서 그 원인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의 준비 부족을 꼽았다.

아베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 후로 2개월 동안이나 도쿄올림픽 개최를 ​​고집하면서 코로나19와 싸우는 데 필요한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일본 국민은 국내 언론 보도만 보면서 아베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성공하는 것으로 믿고 있고, 해외에서 일본 정부에 불신을 품고 있는 사실은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우치다 명예교수는 이어 "감염증 분야는 지금에야 가장 중요해졌지만, 평시에는 일이 적고 예산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일본 정부 관료들은 이런 곳에 예산을 쓰지 않았는데, 이는 시장원리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단기간의 손익을 평가하고 이익이 나지 않는 부문을 점차 없애는 '효율 높은 행정'이 판을 친 결과로 의료체계가 약화한 상황에서 일본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았다는 것이다.

그는 "누구든지 실패하지만 문제는 실패를 인정하고 단점을 바로잡는지 여부에 있다"며 "주류파(집권자)가 하는 일을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비주류파가 있어 실패 시에 비주류파가 주류가 되는 구조가 국가의 복원력으로 작용하는데, 지금 일본에는 그것이 없다"고 말했다. 우치다 명예교수는 그러면서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일치단결'(國民一丸)만을 앞세우는 일본의 잘못된 정치 문화가 코로나19 재앙을 계기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대학 문학부를 나온 우치다 명예교수는 일본에서 프랑스 문학자이자 무도가(합기도 7단 등)로 이름이 알려진 사상가로 통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