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사회(전면 온라인개학 사흘째 원격수업 '안정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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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온라인개학 사흘째 원격수업 '안정 속 긴장'…"기적이다"
'워룸' 구성해 밤낮없이 작업…기업의 '사회적 공헌' 빛나
긴장은 계속…"부정학습자 교사에게 통보 시스템 구축" 모든 초·중·고등학생이 '온라인개학'으로 원격수업에 참여한 지 22일로 사흘째가 됐다. 이달 9일 중·고교 3학년이 처음 온라인으로 개학한 후 각종 장애가 드러났던 EBS 온라인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 등 원격수업 플랫폼(학습관리시스템·LMS)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온라인 학기를 시작한 20일부터는 제법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세대 교육을 멈출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정부와 EBS, IT업체 관계자들이 밤낮없이 일한 결과다.
현재 EBS 온라인클래스 운영을 담당하는 IT업체 '유비온'의 서울 구로구 사무실에는 '워룸'(전쟁상황실)이라 불리는 기술상황실이 있다. 실장인 EBS 김유열 부사장을 비롯한 관계자 20여명은 실시간으로 온라인클래스의 상황을 살피며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응하고 있다.
이날 찾은 비상상황실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온라인개학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설명을 종합하면 교육당국과 EBS, KERIS 등이 '모든 초중고생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 할 수도 있겠다'고 인식하고 준비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달 중순이다.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 등의 인프라를 증설하는 예산지원이 결정된 것은 지난달 18일이고 관련 업무협약은 25일 체결됐다.
이런 일정을 고려하면 세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온라인개학을 위한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22만3천244명. 이날 오후 2시 27분에 온라인클래스에 접속해 있던 학생 수다. 동시접속자는 최대 67만명까지 뛴 바 있다.
온라인클래스 하루 총 접속자는 초등 1∼2학년을 제외하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0개 학년만 따져도 185만여명(21일)이었다.
수십 만명이 실시간으로 접속해있고 수백만 명이 종일 이용하는 시스템이 한 달도 안 돼 구축됐으니 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기적을 만든 핵심은 '유연한 의사결정'이었다.
지난 14일 고등학교 대상 온라인클래스에서 1시간 11분가량 접속 장애가 발생했는데 접속자와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해주는 게이트웨이 장비의 문제였다.
문제 발생 직후 비상상황실에서 게이트웨이 장비를 10대에서 80대로 늘리기로 결정했고 곧바로 조치가 이뤄져 문제가 해결됐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도 있었다.
LG CNS는 이달 13일 EBS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자 최정예 인력인 '아키텍처 최적화'팀을 파견해 온라인클래스 서버 병목현상 등을 해결해줬다.
EBS 측이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컨설팅비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LG CNS 경영진이 '학생들과 관련된 일이고 나라의 일이니 돕는 게 당연하다'며 대가를 받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온라인개학을 앞두고 스마트기기 수천 대를 기증하기도 했다.
사실 '기적'이라는 표현에는 애초 당국의 사전대응이 제대로 안 됐다는 의미가 포함돼있다.
이날 기술상황실에 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몸으로 부딪쳐 급박하게 서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명중 EBS 사장도 "온라인개학을 준비하는 데 교육부가 많이 뒷받침해줬다"면서도 "처음부터 300만명이 이용하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했으면 준비하는 데 6개월에서 1년은 걸릴 일이라며 못한다고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시국이라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는 것이다.
앞서 게이트웨이 장비 문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안정됐지만,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취재진이 기술상황실을 둘러보던 오후 2시 30분께 온라인클래스 서버의 상태를 나타내는 모니터에 '경고' 표시가 뜨면서 상황실이 갑자기 술렁이기도 했다.
온라인클래스 100개 서버 중 2곳에서 파일을 내려받겠다는 요청이 급증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부정하게 접속을 반복해 일부러 트래픽을 일으켜 서버를 마비시키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도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10여분 만에 해결됐지만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부 학생들은 같은 작업을 반복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매크로'로 강의를 듣지 않고도 들은 것처럼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있어 대책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클래스 운영사인 유비온 관계자는 "매크로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여러 강의를 듣는 경우 등 부정학습 유형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부정학습자를 구별해 교사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워룸' 구성해 밤낮없이 작업…기업의 '사회적 공헌' 빛나
긴장은 계속…"부정학습자 교사에게 통보 시스템 구축" 모든 초·중·고등학생이 '온라인개학'으로 원격수업에 참여한 지 22일로 사흘째가 됐다. 이달 9일 중·고교 3학년이 처음 온라인으로 개학한 후 각종 장애가 드러났던 EBS 온라인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 등 원격수업 플랫폼(학습관리시스템·LMS)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온라인 학기를 시작한 20일부터는 제법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래세대 교육을 멈출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정부와 EBS, IT업체 관계자들이 밤낮없이 일한 결과다.
현재 EBS 온라인클래스 운영을 담당하는 IT업체 '유비온'의 서울 구로구 사무실에는 '워룸'(전쟁상황실)이라 불리는 기술상황실이 있다. 실장인 EBS 김유열 부사장을 비롯한 관계자 20여명은 실시간으로 온라인클래스의 상황을 살피며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응하고 있다.
이날 찾은 비상상황실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온라인개학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설명을 종합하면 교육당국과 EBS, KERIS 등이 '모든 초중고생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야 할 수도 있겠다'고 인식하고 준비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달 중순이다.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 등의 인프라를 증설하는 예산지원이 결정된 것은 지난달 18일이고 관련 업무협약은 25일 체결됐다.
이런 일정을 고려하면 세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온라인개학을 위한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22만3천244명. 이날 오후 2시 27분에 온라인클래스에 접속해 있던 학생 수다. 동시접속자는 최대 67만명까지 뛴 바 있다.
온라인클래스 하루 총 접속자는 초등 1∼2학년을 제외하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0개 학년만 따져도 185만여명(21일)이었다.
수십 만명이 실시간으로 접속해있고 수백만 명이 종일 이용하는 시스템이 한 달도 안 돼 구축됐으니 기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기적을 만든 핵심은 '유연한 의사결정'이었다.
지난 14일 고등학교 대상 온라인클래스에서 1시간 11분가량 접속 장애가 발생했는데 접속자와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해주는 게이트웨이 장비의 문제였다.
문제 발생 직후 비상상황실에서 게이트웨이 장비를 10대에서 80대로 늘리기로 결정했고 곧바로 조치가 이뤄져 문제가 해결됐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도 있었다.
LG CNS는 이달 13일 EBS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자 최정예 인력인 '아키텍처 최적화'팀을 파견해 온라인클래스 서버 병목현상 등을 해결해줬다.
EBS 측이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컨설팅비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LG CNS 경영진이 '학생들과 관련된 일이고 나라의 일이니 돕는 게 당연하다'며 대가를 받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온라인개학을 앞두고 스마트기기 수천 대를 기증하기도 했다.
사실 '기적'이라는 표현에는 애초 당국의 사전대응이 제대로 안 됐다는 의미가 포함돼있다.
이날 기술상황실에 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몸으로 부딪쳐 급박하게 서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명중 EBS 사장도 "온라인개학을 준비하는 데 교육부가 많이 뒷받침해줬다"면서도 "처음부터 300만명이 이용하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했으면 준비하는 데 6개월에서 1년은 걸릴 일이라며 못한다고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시국이라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는 것이다.
앞서 게이트웨이 장비 문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안정됐지만,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취재진이 기술상황실을 둘러보던 오후 2시 30분께 온라인클래스 서버의 상태를 나타내는 모니터에 '경고' 표시가 뜨면서 상황실이 갑자기 술렁이기도 했다.
온라인클래스 100개 서버 중 2곳에서 파일을 내려받겠다는 요청이 급증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부정하게 접속을 반복해 일부러 트래픽을 일으켜 서버를 마비시키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도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10여분 만에 해결됐지만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부 학생들은 같은 작업을 반복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매크로'로 강의를 듣지 않고도 들은 것처럼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있어 대책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클래스 운영사인 유비온 관계자는 "매크로를 이용해 짧은 시간에 여러 강의를 듣는 경우 등 부정학습 유형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부정학습자를 구별해 교사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