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의 대상'이던 크루즈 관광 코로나19로 된서리

전국 항만 크루즈 입항 줄줄이 취소…관련 업계 적자 '허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크루즈 관광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된서리에 또다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크루즈선 입항이 줄줄이 취소된 전국의 항만 관련 업체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부산항의 경우 올해 2월부터 연말까지 국제크루즈선이 총 180척 기항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4월까지 38척이 취소됐다.

4월 이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국제크루즈협회가 다음 달 10일까지 선사들에 운항 중단을 권고한 데다가 코로나19가 여전히 국제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크루즈선 입항이 취소되자 연관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크루즈 승객 대상의 여행사와 전세버스 업체, 가이드, 통역은 일감이 완전히 끊긴 상태고 선용품과 기름을 공급하는 업체를 비롯해 도선과 예선, 줄잡이, 폐기물처리업체 등도 크루즈선 입항이 끊겨 매출이 대폭 감소했다. 척당 급유와 선용품 공급 비용이 5억∼6억원이므로 90척 정도가 입항할 예정이던 상반기 예상되는 관련 업체의 매출 감소는 45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루즈 승객이 면세점과 기념품점, 식당 등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1인당 20만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크루즈 중단으로 인한 부산지역 경제는 상반기에만 500억원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지역도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경우 크루즈선 입항과 이를 통해 입국한 해외 관광객은 2016년 507회, 120만9천 명이었으나 2017년 사드 사태로 급감하기 시작해 2018년 20회 2만1천 명, 2019년 29회 4만3천 명 등으로 크게 줄었다.

다행히도 한중 관계 개선으로 제주항국제여객선터미널과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로 올해 495회 크루즈가 계획됐으나 이마저도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취소됐다.

이처럼 3년 넘게 크루즈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5년 10월 문을 연 제주항국제여객선터미널은 올해 10억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된다.

2018년 5월 문을 연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도 13억원의 적자를 예상한다.

보안 검색요원과 경비원, 주차요원, 미화원 등 일자리 수도 크게 줄어 제주항국제여객선터미널의 경우 2016년 70명이던 직원이 올해는 32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제주관광공사가 제주항국제여객터미널과 연결해 2017년 7월 99억원을 들여 건립한 면세점과 제주홍보관, 우수상품 전시장도 크루즈가 전면 중단되면서 개장도 못 한 상태다.

한국해운조합 제주지부 관계자는 "주된 수입이 터미널 이용료인데 크루즈선이 끊기면서 터미널 운영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중국 관광시장 의존도가 높은 인천항의 크루즈 입항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올해 기항할 예정이었던 크루즈 18척 가운데 현재까지 7척이 취소됐다.

다음 달 하순부터 11월 하순까지 계획된 나머지 11척의 기항도 정식 통보만 접수되지 않았을 뿐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드 여파로 개장 첫해인 지난해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은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인천항만공사는 국비 356억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1천186억원을 들여 지난해 4월 인천항에 수도권 최초의 크루즈 전용 터미널을 개장한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62척에 달했던 인천항 크루즈 입항이 사드 갈등으로 인해 지난해 10척으로 줄어들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는 6월부터 11월까지 모두 9항차의 크루즈선 입항이 계획돼 있는 속초항도 계획대로 크루즈선이 입항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크루즈선 대부분이 한국과 일본, 러시아 항구를 순회하는 일정으로 선박 운항이 계획돼 있는 데다가 일본 등 해외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속초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진행 상황과 정부의 조치 등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일단 6월에 계획된 2차례 입항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했던 지역의 관광업계는 기대를 접어야 할 형편이다.

또한 다양한 크루즈선을 유치해 속초항을 환동해권 대표 크루즈 항만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속초시와 강원도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영희 신민재 변지철 이종건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