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코로나19 대응도 바쁜데…트럼프에 끌려나온 CDC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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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이 동절기 2차 발병이라는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을 인터뷰한 기사였습니다. 같은 날 저녁 레드필드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WP 인터뷰를 링크하며 일독을 권했습니다.
2차 발병 가능성은 굉장히 중요한 소식이었기 때문에 미국 언론 다수가 WP를 인용해 주요 뉴스로 다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선 CDC의 수장이 동절기 재발병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비를 촉구한, 그리고 주요 언론이 보도를 통해 대중에 경각심을 환기한, 별문제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음날인 22일 아침, 상황은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이 잘못 인용돼 곧 레드필드 국장이 성명을 낼 것"이라는 트윗을 올린 겁니다.
본인 트윗에 WP 인터뷰를 링크까지 했던 레드필드 국장이 어떤 성명을 낼지 궁금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려 성명을 내도록 채근당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종일 성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지나가나보다 하고 저녁 6시께 트럼프 대통령의 일일 브리핑을 틀었습니다. 브리핑이 시작되자마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레드필드 국장을 연단으로 불러낸 겁니다.
레드필드 국장의 손에는 미리 준비해온 메모지 두 장이 들려 있었습니다.
그는 "올가을과 겨울에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와서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지 더 나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브리핑룸의 기자들이 WP가 발언을 잘못 인용한 것이냐고 묻자 인용은 제대로 됐다고 합니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만 했는데 WP가 '2차 발병이 더 파괴적일 수 있다고 CDC국장이 경고했다'는 제목을 달았다는 겁니다.
알쏭달쏭한 해명이 계속됐는데 군색함을 피할 길이 없어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옆에서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연단에서 내려가는 레드필드 국장을 향해 한 기자가 '그럼 트위터에 왜 WP 인터뷰 링크를 걸었느냐'고 묻자 직접 질문을 제지하기도 했습니다.
레드필드 국장에게 그날 하루는 코로나19 대응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WP를 탓하는 입장을 밝히라는 닦달로 점철됐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대통령이 나선 일이니 결국 백악관에 가서 직접 억지스러워 보이는 해명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누구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얘기를 하거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가는 레드필드 국장 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CDC 국장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를 독점하는 통에 변변히 코로나19 브리핑 한 번 제대로 못 하다가 별안간 백악관에 불려 나와 고초를 겪은 이번 사건이 미국의 공직사회를 한층 얼어붙게 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의 특기인 '트윗 경질'의 희생양이 되진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레드필드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WP 인터뷰 링크를 그대로 놔뒀습니다. 무심코 놔뒀을 수도 있지만 그것까지 내리진 못하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연합뉴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을 인터뷰한 기사였습니다. 같은 날 저녁 레드필드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WP 인터뷰를 링크하며 일독을 권했습니다.
2차 발병 가능성은 굉장히 중요한 소식이었기 때문에 미국 언론 다수가 WP를 인용해 주요 뉴스로 다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선 CDC의 수장이 동절기 재발병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비를 촉구한, 그리고 주요 언론이 보도를 통해 대중에 경각심을 환기한, 별문제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음날인 22일 아침, 상황은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이 잘못 인용돼 곧 레드필드 국장이 성명을 낼 것"이라는 트윗을 올린 겁니다.
본인 트윗에 WP 인터뷰를 링크까지 했던 레드필드 국장이 어떤 성명을 낼지 궁금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려 성명을 내도록 채근당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종일 성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지나가나보다 하고 저녁 6시께 트럼프 대통령의 일일 브리핑을 틀었습니다. 브리핑이 시작되자마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레드필드 국장을 연단으로 불러낸 겁니다.
레드필드 국장의 손에는 미리 준비해온 메모지 두 장이 들려 있었습니다.
그는 "올가을과 겨울에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와서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지 더 나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브리핑룸의 기자들이 WP가 발언을 잘못 인용한 것이냐고 묻자 인용은 제대로 됐다고 합니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만 했는데 WP가 '2차 발병이 더 파괴적일 수 있다고 CDC국장이 경고했다'는 제목을 달았다는 겁니다.
알쏭달쏭한 해명이 계속됐는데 군색함을 피할 길이 없어 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옆에서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연단에서 내려가는 레드필드 국장을 향해 한 기자가 '그럼 트위터에 왜 WP 인터뷰 링크를 걸었느냐'고 묻자 직접 질문을 제지하기도 했습니다.
레드필드 국장에게 그날 하루는 코로나19 대응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WP를 탓하는 입장을 밝히라는 닦달로 점철됐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대통령이 나선 일이니 결국 백악관에 가서 직접 억지스러워 보이는 해명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누구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얘기를 하거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가는 레드필드 국장 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CDC 국장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를 독점하는 통에 변변히 코로나19 브리핑 한 번 제대로 못 하다가 별안간 백악관에 불려 나와 고초를 겪은 이번 사건이 미국의 공직사회를 한층 얼어붙게 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의 특기인 '트윗 경질'의 희생양이 되진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레드필드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WP 인터뷰 링크를 그대로 놔뒀습니다. 무심코 놔뒀을 수도 있지만 그것까지 내리진 못하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