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왕실 진상품 울산 야생차…'茶씨배지 기념비' 건립

울산문화사랑회·차문화 단체 참여…흥덕왕 때 차씨 뿌려
'울산에 섬진강이나 지리산 자락 못지않게 품질 좋은 야생차가 자라 신라 왕실에 바쳤다. '
이런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울산시 중구 다운동 다전(茶田-차밭이라는 뜻) 마을 주변 야산이 바로 야생차 산지이고, 지금도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를 널리 알리고 울산을 문화와 예향의 도시로 만들려는 다인(茶人)들이 힘을 모아 기념비를 세웠다. 행정기관이 여러 차례 다운동 일대에 차나무 단지를 조성해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으나 구호에만 그치자 지역 문화인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울산문화사랑회와 울산예절차문화진흥원은 지난 1일 다운동 다전 마을에서 태화강 베리끝으로 가는 길목 서환수 씨가 관리하는 산자락에 '茶씨배지 기념비'를 세웠다.
기념비 건립에는 한국차인협회울산지회 예명다례원, 한마음다례원, 정련다례원과 한국차문화협회울산지부, 예다원, 오성다도연구회, 울산다도예절협회 등도 참여했다. 글은 중견 서예가 우보(牛步) 배성근 선생이 썼다.

이 일대는 태화강과 척과천이 합류해 습기가 많고 오전에 햇볕이 들었다가 오후에 그늘이 지는 반양반음 지대여서 야생차가 자라기 좋다.

그래서 신라 흥덕왕의 명에 의해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차씨를 지리산 일대에 심을 때 경주에서 가까운 이곳에도 같이 뿌려 차를 공납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울산의 공업화와 산업화에 밀려 1960년대 이후 차밭이 크게 훼손되고 자랑스럽던 차문화 전통마저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기념비 건립을 주도한 울산문화사랑회 서진길 회장은 4일 "울산에 차밭을 의미하는 '다전'이라는 지명이 있고 이곳에서 신라 때부터 차문화가 발전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시민은 물론 전국의 차문화인들이 울산에서 자라고 수확한 찻잎으로 차를 우려 마시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