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뒷맛] "하얗게 코팅 벗겨진 프라이팬 쓰던 독거노인에게 새 제품을"

"몸에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아까워서 여태 버리지 못하고 다 찌그러지고 벗겨진 프라이팬으로 음식을 해 먹으면서 너무 속상했는데… 이제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고마워요.

" (성동구 거주 독거노인 A씨)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에서 유해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식품 당국의 조사 등으로 알려졌지만 A씨처럼 경제적 여건 때문에 적절한 때 교체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9월 올바른 코팅 프라이팬 사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코팅이 손상돼 내부 재질이 드러날 경우 알루미늄 용출량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납,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은 대부분 최초 용출 시에만 미량 검출된다고 조사됐지만, 마찰 횟수가 늘어 코팅 손상이 심해질수록 알루미늄이나 니켈이 섭취 기준 이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림살이가 빠듯한 이들에겐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 바닥이 하얗게 드러나도 바로 새것으로 교체하기가 부담될 수 있다.

저소득층 독거노인들이 오래된 조리 도구를 어쩔 수 없이 계속 사용하는 것을 본 일부 복지기관은 성금을 모아 새 프라이팬으로 바꿔주고 있다.

서울 성동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달부터 관내 취약계층 노인에게 새 프라이팬을 선물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벌였다. 애초 7월까지 180만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였지만 두 달이나 빠른 이달 초 모금액을 채웠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관내 독거노인 등 30명에게 새 프라이팬 2개씩을 전달할 예정이다.

복지관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노인 50명 가정에 낡은 양은 냄비를 대신할 스테인리스 냄비를 나눠주기도 했다. 심현광 복지관 재가복지사업팀장은 "혼자 사는 어르신 댁에 도시락이나 밑반찬 지원 사업을 하다 보면 낡고 오래된 조리도구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떤 환경에서 무슨 음식을 드시는지 관심 가져주는 사람 없이 지내는 독거노인의 주방 환경에도 관심을 가져보자고 해서 교체 사업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새 조리도구를 선물 받은 노인들은 "비싸서 선뜻 새것을 사지 못했었다"면서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고 복지관이 전했다.

한편 식약처는 새 프라이팬을 처음 사용할 때에는 먼저 물과 식초를 1:1로 섞은 식초 물을 넣어 10분 정도 끓인 후 깨끗이 헹구고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 등 기름을 얇게 바르면서 가열하는 과정을 3∼4차례 반복하면 코팅이 벗겨지는 시기를 늦추고, 조리 과정에서 금속 성분이 덜 나오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속 재질보다 목재나 실리콘 등 부드러운 재질의 뒤집개, 철 수세미 대신 부드러운 수세미를 사용할 것을 권했다.

또 빈 프라이팬을 오랜 시간 가열하거나 염분이 많은 음식을 조리한 뒤 프라이팬에 장시간 방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음식물이 눌어붙어 세척이 어려울 땐 프라이팬에 굵은 소금을 골고루 뿌리고 2∼3분 가열한 뒤 키친타월로 닦아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