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이기는 나눔…태국 길거리 푸드뱅크에 민심 호응

식료품·마스크에 옷가지까지 속속 기증…일부 '싹쓸이'에 비난도
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등장한 이른바 '길거리 푸드뱅크'에 민심의 호응이 뜨겁다. '뚜 빤 쑥'(나눔의 찬장)이라는 이름의 이 운동은 코로나19로 큰 고통을 받는 빈곤층의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돕자는 자발적인 캠페인으로 태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13일 일간 방콕포스트 및 관련 단체의 SNS 등에 따르면 전날 현재 방콕을 비롯해 태국 77개 주 전역에 자발적인 '길거리 푸드뱅크' 600여개 이상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길거리 한편에 찬장이나 선반을 놓아두고 그 안에 식료품 등을 놓아두는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사용하지 않는 공중전화 부스가 식료품은 물론 시민들이 기증한 옷가지나 신발 등의 나눔의 장소로 변하기도 했다. 미국의 '조그만 무료 식료품 저장실' 운동 사례를 참고해 이번 운동을 시작한 수빠낏 꾼찻위칫은 로이터 통신에 "많은 태국인이 코로나19로 때문에 식료품을 살 돈이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운동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식당에서 일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직한 아이린도 매일 인근 '길거리 푸드뱅크'에서 필요한 식료품을 가져다 먹고 있다고 신화 통신에 말했다.

그는 길거리 푸드뱅크가 없었다면 아마 굶어 죽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고마움을 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남편이 실직해 여섯 가족의 식사 챙기기도 빠듯한 깅뺏 로통(62)은 "다른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많이는 가져가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만 가져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몇 푸드뱅크에서는 일부 주민이 '싹쓸이'를 해 나눔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태국 현지 SNS에는 일부 주민이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푸드뱅크에 도착한 뒤 가방이나 비닐봉지에 식료품을 한가득 담아 가는 영상이 공유됐다.

방콕 시내에서는 채워 놓은 식료품이 금세 동나자 일부 시민이 푸드뱅크 바로 옆 후원자 집의 초인종을 누르며 "선반을 빨리 채워놓으라"며 요구하는 상황까지 일어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네티즌은 "일부 주민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다른 네티즌은 "도와주려는 사람들의 선의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보다 많다"고 언급했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도 나섰다.

신문에 따르면 쁘라윳 총리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여러분이 계속해서 그렇게 '싹쓸이'를 해 간다면 아무도 식료품을 기증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쁘라윳 총리는 길거리 푸드뱅크에 식료품을 얻으러 오는 주민들은 그런 장면을 목격하면 항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에도 한 후원자는 "일부가 그런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한 사람이라도 도울 수 있다면 그걸로 우리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식료품 기증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