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학원가 덮친 이태원發 감염…학부모들 '패닉'

클럽 간 강사 접촉한 중고생·학부모 11명 무더기 확진

학원가 통한 2·3차 감염 쏟아져
인천시 "학원 운영 자제해달라"
파악 어려운 원어민 강사도 위험
< 이태원서 외국인 코로나 검사 >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관련 클럽 인근을 방문한 1만905명 중 1210명(11%)이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외국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학원가로 번져 고등학생과 학부모 등이 무더기로 감염됐다. 다섯 차례나 연기된 초·중·고교 등교개학이 또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도 코로나19 발생 추이를 지켜보면서 교육당국과 추가 등교 연기 여부를 협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서울시에서 진행하던 익명검사를 이태원 집단감염 의심사례에 한해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학원 통한 2·3차 감염 현실화인천시는 13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인천시 102번 확진자 A씨(25)와 연관된 추가 확진자가 11명이라고 발표했다. A씨는 지난 2~3일 이태원 ‘킹클럽’을 방문한 뒤 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로부터 감염된 환자는 A씨가 근무한 입시학원에 다니는 고등학생 5명, 동료 강사(21) 1명, A씨에게 과외를 받는 중학생 쌍둥이 남매(13) 2명, 과외 학생 어머니(46) 1명, 쌍둥이 남매의 또 다른 과외교사 B씨(34) 1명 등 총 11명이다. B씨는 A씨와 직접 마주한 적이 없어 3차 감염 사례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동선 및 직업을 허위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교 4학년인 A씨는 처음엔 무직이라고 했지만, 방역당국은 심층 역학조사 과정에서 그가 학원 강사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인천시는 A씨를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인천시는 즉각 지역 내 학원에 운영자제 권고를 내렸다. 인천교육청도 지역 내 학원·교습소 5589개소 종사자 1만1915명에 대해 서울 이태원, 논현동 등을 방문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다.서울교육청도 이날 연휴 기간 이태원 지역을 방문했다고 자진 신고한 원어민 강사(학교 재직자) 및 내국인 교사 158명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중 60명이 음성판정을 받았으며 33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65명은 추후 검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교직원들에 대한 전수검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교직원 전체 숫자가 60만 명이 넘는다”며 “표본 검사나 자발적 검사 유도 등 다른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학원·교습소를 통한 집단감염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0일부터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사실상 학원들의 영업이 정상화됐기 때문이다. 동선 및 소재 파악이 어려운 원어민 강사들도 위험요소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의 원어민 강사는 올 3월 기준 4495명에 달한다. 학원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강사들의 동선 및 소재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등교개학을 1주일 앞두고 학원을 통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등교개학 연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날 코로나19 발생 추이에 따라 교육당국과 추가 등교 연기 여부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이태원 익명검사 전국 확대”

이태원 클럽 등을 통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진자는 13일 오후 6시 기준 최소 120명이다. 클럽 등을 방문한 76명이 가족 지인 등 44명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다. 2차 감염자의 35% 정도가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됐다. 2차 감염자 중에는 1세 어린이와 84세 노인도 포함됐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 5517명 중 13일까지 확인된 사람은 2400여 명이다. 이날까지 이태원 클럽 관련 검사 건수는 2만2000건 정도다. 홍대 주점발(發) 확산세도 심상치 않다. 지난 12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 지역 20대 남성과 함께 홍대 주점을 다녀온 경기 수원, 고양, 김포 거주 대학생 등 4명도 13일 잇따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친구 사이다.

방역당국은 검사자를 늘리기 위해 서울시에서 진행하던 익명검사를 이태원 집단감염 의심 사례에 한해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오늘부터 보건소에서 익명검사를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며 “확진자가 발생해 대량 노출자가 생긴 시설과 기관은 일괄 공개해 개인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국내에 코로나19가 얼마나 퍼졌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은 입원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코로나19를 검사할 계획이다. 국방부와 훈련소 입영자를 모두 검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배태웅/이지현 기자/인천=강준완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