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로하는 노랫말 이야기…'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종합)

5월 15일∼10월 18일 국립한글박물관
지난 100년간 우리 대중가요 노랫말의 발자취와 노랫말에 담긴 우리 말과 글의 묘미를 보여주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기획특별전 '노랫말-선율에 삶을 싣다'를 오는 15일부터 10월 18일까지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날 오전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미미 학예연구사는 "대중가요를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가 열렸지만, 대중가요 앨범이나 가수가 아닌 대중가요 노랫말을 본격적으로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전에서는 우리나라 최초 창작 대중가요로 알려진 '낙화유수'(1929)부터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준 '아침이슬'(1971), 진정성 있는 노랫말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방탄소년단(BTS)의 '아이돌'(IDOL)까지 190여 곡의 대중가요 노랫말과 함께 대중가요 음반, 가사지, 노랫말 책, 축음기 등 총 206건 222점을 전시한다.
1부 '노랫말의 힘'에서는 192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지난 100년간 형식과 소재를 달리하며 대중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노랫말의 변화와 시기별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시대의 노랫말을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시대별 공간을 연출했다.

일제강점기 음반 가게와 음악다방이 들어선 경성 거리가 재현되고, 1970∼1980년대 음악다방에서는 커피 향을 맡으며 당시 유행한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2부 '노랫말의 맛'에서는 대중가요 노랫말에 담긴 말과 글의 묘미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내용과 체험을 준비했다.

외국에서 건너온 노래에 쓰인 노랫말('팔도유람'), 노랫말이 된 시('향수'), 어린이의 눈으로 그려낸 노랫말('파란나라') 등을 감상할 수 있고, 그래픽 디자이너가 노랫말을 이미지로 재해석한 포스터, 노랫말 길이를 조절하면 연주 빠르기가 달라지는 노래 영상, 손뼉을 치면 글자가 춤을 추는 영상을 즐길 수 있다.

또 '사랑의 미로' '파란나라'의 작사가 지명길과 '사랑의 불시착' '짝사랑'의 작사가 이호섭은 '삶의 노랫말, 노랫말의 삶'이란 제목의 영상을 통해 삶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 온 노랫말의 삶을 다양한 노래, 노랫말, 사진 자료와 함께 이야기한다. 이호섭 작사가는 "국민 정서와 시대상, 이념, 생활양식, 행동 패턴, 가치관이 대중가요 노랫말을 통해 드러난다"며 "BTS의 빌보드차트 석권도 우연이 아니라 역사적인 맥락이 있다는 것을 전시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한국박물관이 지난해 실시한 192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유성기 음반, '한국가요전집'(1980, 세광출판사), 노래방 업체에 등록된 노래 등 약 2만6천여 곡의 노랫말에 사용된 단어 빈도 분석에 따르면 '사랑'이란 단어가 4만3천549회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

'말'(2만2천49회), '사람'(1만9천559회), '눈물'(1만6천650회), '때'(1만5천949회), '맘'(마음)(1만5천705회)이 뒤를 이었다.

전시장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한 19곡의 노랫말을 섞어 만든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 마지막에는 '처녀총각'(1934), '해변으로 가요'(1970),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1966) 등 16곡을 믹싱해 우리나라 명소의 사계절 사진과 함께 제공한다.

박물관 2층 ㅎ카페에 DJ박스를 설치해 추억의 음악다방도 운영한다.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1970∼1990년대 애창곡 30곡을 틀어 주고, 주말·휴일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신청곡을 들려준다. 심동섭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았지만, 노랫말로 잠시나마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기쁨을 느꼈으면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