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인정하고 새 삶 찾은 경험 전해요" 시각장애 이희진 교사

눈 수술 중 실명…절망 딛고 2년 재활 끝 성공적 교단 복직
뜻하지 않은 사고로 시력을 잃는 시련을 겪고도 묵묵히 교직을 이어나가는 교사의 사연이 알려져 스승의 날을 앞두고 감동을 전하고 있다. 14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동천고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근무하는 이희진(37·여) 교사는 교직 경력 10년째이자 결혼한 지 2년 6개월이 된 2017년 1월에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맞았다.

평소 녹내장으로 병원에서 눈 관리를 받던 차에 안압 조절을 위한 수술을 받다가 망막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 수차례 수술에도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처지가 되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교단에 다시 설 수는 있을지 등 깊은 절망이 삶을 지배했다.

그러나 시각장애를 지니고도 교단에서 멋진 삶을 살아가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 시련을 받아들이고 재활에 성공하면, 다시 교단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도 생겼다. 이 교사는 2년간의 휴직 동안 점자를 배우고, 음성 출력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방법을 익혔다.

흰 지팡이를 짚고 보행법을 익히며 아이들 앞에 당당하게 서는 날을 꿈꾸며 힘든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결국 지난해 5월 복직했고, 시각장애인으로 다시 도전한 교직 생활을 1년간 성공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특수학급 학생들에게 연약함과 결핍에 집중하기보다는 주어진 감사거리를 발견하고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나누도록 '감사 일기'를 쓰도록 했다.

건강한 자아상과 사회성을 회복하고 대인관계 기술을 키운 아이들은 원하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원하는 학교로 진학하기도 했다.

이 교사는 "시련의 아픔으로 우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인생이 펼쳐질 수 있음을 경험했다"라면서 "'다름'이 얼마나 다채로운 향기를 낼 수 있는지를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지나온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들려줬고, 작은 생각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교직 생활 중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과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지금 당장은 이해하기 어려워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갑자기 찾아온 시련을 극복해내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