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폭언 교수', 이미 징계했더라도 기소 시 직위해제 정당"

이미 징계를 받은 교수가 나중에 같은 사안으로 기소되자 이를 근거로 학교 측이 직위해제 조치를 내린 것은 정당하다고 2심 법원이 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9부(김시철 민정석 이경훈 부장판사)는 서울의 모 사립대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02년 서울 모 대학 의대 부교수로 임용된 A씨는 2007년 교수로 승진한 후 2017년 3월 전공의들에게 폭언 및 모욕을 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이 처분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취소됐고, 학교 측은 A씨에 대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이후 A씨가 폭행죄 및 모욕죄로 기소되자 학교 측은 2018년 재차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이에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앞서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받았으니 같은 사유로 다시 징계 처분을 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또 취소하자 학교 측은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고, 대학교에서 당연퇴직 됐다.

행정소송 1심 재판부는 A씨가 이미 당연퇴직했으니 학교가 판결로 얻을 이익이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소송이나 신청 등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그 주장 자체를 아예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반면에 항소심 재판부는 직위해제 처분의 정당성 여부가 A씨의 봉급 등에 영향을 미친다며 본안 판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같은 사유로 다시 징계 처분을 할 수 없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 "A씨가 폭행 등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은 직위해제 처분의 사유이니 이를 이유 삼아 새로이 직위해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앞선 정직 처분은 'A씨의 상습 폭언·폭행이 인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한 것인데, 이와 달리 직위해제 사유는 'A씨가 폭행 등 형사사건으로 기소됐다'는 점이 근거이니 양자가 동일한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위해제 처분은 징벌적 제재인 징계와는 법적 성질이 다른 것으로, 어느 사유로 인해 징계 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직위해제 처분의 사유로 평가될 수 있다면 이를 이유로 삼아 새로이 직위해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