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를 만나다…클레어 타부레 '형제자매들'

갤러리 페로탱 서울서 첫 한국 개인전
독자나 독녀가 아니라면 형제, 자매는 한 사람이 가장 오래 인연을 맺고 사는 존재 중 하나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같이 남고, 자식을 낳더라도 그보다 훨씬 전부터 함께 보낸 세월이 있다.

서로 의지하고 갈등도 겪으며 애증이 교차하는 특별한 관계가 바로 형제, 자매다.

한 부모에게 유전자를 물려받고 태어나 같은 시대 같은 환경에서 자란, 나와 가장 닮은 '분신'이기도 하다.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 페로탱 서울에서 개막한 클레어 타부레(39) 개인전 '형제자매들'은 전시 제목처럼 형제와 자매를 그린 인물화를 선보인다.

지난 10년여간 인물화를 주로 그린 작가는 형제·자매를 그린 작품에서 가족이라는 인간관계를 다룬다.

작가는 자신의 오빠를 그리기도 하고, 주변 가족의 형제나 자매도 그렸다. 우연히 동네 중고품 가게에서 발견한 빅토리아 시대 사진 속 이름 모를 아이들 네명의 모습도 담았다.

타부레의 작품은 화면 구성이나 표현, 대상과의 관계 등에 관해 에드바르 뭉크, 클로드 모네 등 인상주의 화가의 영향을 받았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카메라를 쳐다보고 사진 찍는 사람들처럼 정면을 향해 섰다. 관람객과 눈을 맞추는 듯한 아이들의 표정에는 감정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살짝 미소가 비치기도 하지만, 우울한 듯 어두운 감정도 스친다.

작가는 그림 속 형제, 자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던져주지 않는다.

그림 밑면에 깔린 네온 색깔이 살짝 드러나는 모호한 추상적 배경으로도 아이들의 상황을 유추하기 어렵다.

다소 굳은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마저 흐른다.

그럼에도 형제 혹은 자매라는 단서만으로 그림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

타부레는 오빠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자신이 그리고 싶었던 인물은 자기 자신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관객도 그림 속 형제, 자매와 마주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 중인 작가의 첫 한국 개인전이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파리 피노 컬렉션, 상하이 유즈 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7월 10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