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보안법 강행 vs 미국, 홍콩 특별지위 박탈할 수도

中 "미국 행위는 내정 간섭"
美 '금융허브' 홍콩 지렛대로 압박
지난달 22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3기 13차 회의가 베이징 인민대회당 만인대회당에서 열린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인대 대표단의 박수를 받으며 개막식장에 입장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2020.5.22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홍콩 문제가 양국 갈등의 새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에 맞서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을 시사해서다.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22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맞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재평가 카드를 꺼내 들며 홍콩에 대한 경제·통상 분야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 등 보복조치를 시사했다.중국 전인대 개막식에서 다뤄진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처벌하고,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 국가안보 교육을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홍콩에서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서방 자본의 대중국 유입 통로이자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이 입게 될 경제적 피해를 부각하며 이를 지렛대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중국 옥죄기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고강도 규제에 이어 이날 중국 회사와 기관에 대해 무더기 제재도 발표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잇따라 성명 발표나 방송 출연에 나서 홍콩보안법 제정을 비판하면서 재고를 촉구했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전날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며 "적절한 때에 성명을 내겠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홍콩보안법 강행이 고도의 자치권에 대한 종말의 전조가 될 것이라며 홍콩의 자치권과 민주적 제도, 시민적 자유 존중이 홍콩의 특수지위를 보전하는 데 핵심이라고 밝혔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CNN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중국 경제 및 홍콩 경제에 매우 매우 안 좋을 것이다. 매우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중국의 이번 조치가 외국 자본의 탈출 현상을 초래, 홍콩이 더는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참석을 마치고 돌아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람 장관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에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2020-05-23 [사진=AP 연합뉴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전날 폭스뉴스 방송 인터뷰에서 "홍콩은 다양한 관세 동맹 하에서 자유주의 경제로서 처우 받고 있으며 특권을 누려왔다. 이러한 권리들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경제적 혜택의 박탈 가능성을 거론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대우를 보장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7일 중국의 강한 반발 속에서 서명한 '홍콩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의 특별 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하게 돼 있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일 홍콩이 특별대우를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자치권을 누리는지에 대한 평가보고서의 의회 제출을 일단 연기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홍콩보안법의 추진 여부를 지켜본 뒤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경제·통상 부분에서 부여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홍콩은 중국 본토와 같은 최대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하는 등 여러 특혜를 포기해야 한다.

홍콩이 특별지위 박탈 등의 철퇴를 맞을 경우 본토인 중국이 입을 타격도 막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