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흑인 목 눌러 숨지게 한 경찰관에 '살인 혐의'…체포후 기소(종합)

9분간 목 누른 것으로 드러나…혐의 모두 인정될 경우 최대 35년 징역형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을 체포하다가 숨지게 한 경찰관이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의 마이크 프리먼 검사는 이날 미니애폴리스경찰 소속이었던 전 경찰관 데릭 쇼빈(44)을 3급 살인(murder) 및 우발적 살인(manslaughter)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쇼빈은 이날 체포돼 구금됐다.

쇼빈은 지난 25일 경찰관들의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46)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 눌렀던 인물이다. 쇼빈을 포함한 경찰관 4명은 25일 편의점에서 누군가 위조지폐를 사용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플로이드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쇼빈은 수갑이 채워진 채 엎드려 있는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찍어 누르고 있는 동영상이 공개됐고, 이 동영상에서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어요, 나를 죽이지 마세요"라고 호소했다.

이날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쇼빈은 8분 46초간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렀고,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은 뒤에도 2분 53초간 무릎을 목에서 떼지 않았다. 고통을 호소하던 플로이드는 결국 코피를 흘리며 미동도 하지 않게 됐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쇼빈은 또 미니애폴리스경찰 내사과에 18건의 민원이 제기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구체적인 민원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쇼빈을 포함한 경찰관 4명은 모두 해임된 상태다.

미 언론들은 살인 혐의가 적용된 점에 주목했다.

미국은 주마다 법률 체계가 다르지만 통상 살인 혐의는 의도적으로 사람을 죽인 경우, 또는 사람의 목숨을 신경쓰지 않는 행동으로 사람을 죽인 경우를 가리킨다.

이는 죽일 의도는 없었지만 격분한 상황에서 사람을 죽였거나 부주의한 행동으로 사람을 죽인 우발적 살인보다 무거운 범죄로 여겨진다.

WP에 따르면 미네소타주 법률상 3급 살인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을 저지르며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없이 타락한 심성을 보여주는" 살인 행위로 규정된다.

이와 달리 1급 살인은 보통 사전에 계획된 살인이나 어린이 등 약자를 상대로 한 살인, 강도 등 다른 중대범죄를 저지르다 일어난 살인 등이 해당된다.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쇼빈은 최대 35년간 징역형을 살 수 있다.

프리먼 검사는 "우리는 여전히 증거를 검토하는 중"이라며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반발했다.

유족 측 변호사 벤저민 크럼프는 "우리는 1급 살인 혐의를 예상했고 이를 원한다"며 "또 우리는 다른 경찰관들도 체포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프리먼 검사는 나머지 경찰관 3명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라면서도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CNN은 또 경찰관 3명이 동시에 플로이드의 몸을 무릎으로 찍어 누르고 있는 또 다른 동영상을 입수해 공개했다.

기존의 동영상과 다른 시점에서 촬영된 이 동영상에서도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며 "내가 일어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은 부검 결과 희생자에게서 외상에 의한 질식 또는 교살을 뒷받침할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검시관은 관상동맥질환과 고혈압성 심장질환 등 플로이드의 기저질환이 경찰에 제압된 상황, 그의 몸속에 혹시 있었을지 모를 알코올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플로이드가 사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은 독자적인 부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서장 메다리아 애러돈도는 사과했다. 애러돈도 서장은 "플로이드씨의 죽음이 그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 미니애폴리스, 세상에 남긴 고통과 비탄, 상처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