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22년만의 '코로나 극복 노사정 합의'에 승부수 던지나

김명환 위원장, 중앙집행위서 일부 반대에도 "합의 살리는 게 소신"
조만간 최종 합의 가능성…민주노총 들어간 합의는 1998년 이후 처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여해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사회적 합의를 통한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승부수를 던질지 주목된다.30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날 오전 중앙집행위원회(중집)에서 노사정 대표자회의 잠정 합의안의 추인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전날 오후 시작한 중집은 이날 새벽 정회를 거쳐 속개됐다.

중집은 민주노총 사무총국 간부와 산별노조·지역본부 대표 등이 참여하는 회의체다.이번 중집에서는 일부 지역본부 대표들을 중심으로 잠정 합의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집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김 위원장은 회의를 끝내며 "일부 중집 성원들이 일관되게 (합의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그것을 살려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이 제 판단이고 소신"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회적 대화의 최종안은 의미가 있다"면서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처음 사회적 대화를 제안한 취지에 맞게 주요 내용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그는 "이른 시일 내 제 거취를 포함해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일부 조직의 반대에도 자신의 직을 걸고 노사정 합의에 참여하겠다는 의미라는 게 민주노총 안팎의 해석이다.

김 위원장이 승부수를 던진다는 얘기다.잠정 합의안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해고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고용 유지 대책을 시행하고 노사는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추진할 대책은 현행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 연장, 특별고용지원 업종 확대 등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의 고용 유지 대책이 정규직뿐 아니라 파견·용역과 사내 하청 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실질적인 고용 안정으로 이어지도록 할 장치가 합의안에 명시됐다.

지금까지 고용유지지원금과 같은 대책은 취약계층이 혜택을 누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합의안은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의 로드맵을 올해 말까지 마련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입법 방안도 포함됐다.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는 정부가 이미 추진 방침을 밝힌 사안이지만, 노사정 합의가 뒷받침되면 한층 힘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론의 명분이 그만큼 약해지기 때문이다.

합의문에는 노동자가 질병에 걸렸을 때 생계 불안에 대한 걱정 없이 요양할 수 있도록 하는 상병급여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경영계가 노동계에 요구해온 '임금 양보'는 빠졌다.

다만, 경영계가 고용 유지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과 휴업 등을 할 경우 노동계가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협의에서 고통 분담을 이유로 노동자에게 임금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구시대적 접근 방식이라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여하는 주체들은 양대 노총의 내부 의견 수렴 절차가 끝나면 조만간 3차 본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최종 의결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대로 합의안이 의결되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노사정위원회 합의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노총까지 포함한 노사정 주체들이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합의를 이루게 된다.

당시 민주노총은 합의에 대한 내부 반발에 부딪혀 노사정위를 탈퇴했고 사회적 대화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현 정부 들어 출범한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도 민주노총은 불참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노사정 대화를 처음으로 제안했던 민주노총이 최종 합의에 참여하고 다른 주체들과 협력해 이를 이행할 경우 국내 노동운동에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

이는 민주노총이 규모 면에서 '제1 노총'이 된 현실과 맞물린다.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제1 노총이 된 것을 계기로 사회에 대해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책임도 다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노사정 주체들이 마련한 합의안은 합의 내용의 이행 점검을 경사노위에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다만, 경사노위가 아닌 다양한 노사정 회의체도 활용하도록 해 여지를 남겨 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