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의혹'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 영장기각 "혐의소명 부족"

"FDA 임상시험 결정 전달하면서 정보 변경 여부 다툼 여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웅열(64)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이 전 회장과 다른 임직원들이 인보사 2액 세포의 정확한 성격을 인지하게 된 경위 및 시점 등에 관해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1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판사는 "피의자 측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3상 임상시험 관련 결정을 투자자 등에게 전달하면서 정보의 전체 맥락에 변경을 가하였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다른 임직원들에 대한 재판 경과 및 신병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피의자의 지위나 추가로 제기된 혐의사실을 고려하더라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코오롱 측은 인보사 주성분을 허위로 표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따내고 허위 자료를 근거로 인보사 개발업체 코오롱티슈진을 코스닥에 상장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인보사 개발을 주도한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11월 미국 임상시험이 중단되고 2액 주성분이 신장유래세포인 사실을 숨긴 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2천억원 상당의 청약대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창수 부장검사)는 앞서 이우석(63)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 6명을 약사법·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성분 허위표시와 상장 사기 등 제기된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보고 지난달 2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넷째 아이'라고 부르며 1990년대 후반부터 개발에 공을 들였다.

성분 의혹이 제기되기 넉 달 전인 2018년 11월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지주회사인 코오롱 지분 51.65%와 코오롱티슈진 지분 17.80%를 보유하고 있다.

전날 오전 9시 10분께 법원에 도착한 이 전 회장은 "인보사를 믿고 구매한 환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 답한 뒤 굳은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심사는 오전 9시 30분께 시작해 오후 5시 50분께까지 8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이 전 회장의 영장 기각으로 1년여간 이어진 검찰 수사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 등을 압수수색 하면서 인보사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끝으로 수사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었지만, 막판 핵심 피의자의 신병확보에 실패하며 제동이 걸렸다. 수사팀은 보강 수사 후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