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 원서 어떻게 내나…코로나19에 발목 잡힌 고교 축구

전국 대회 앞두고도 불안감 여전…축구협회 "플랜B 마련할 것"
2021학년도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고교 3학년 축구 선수들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학 입시 일정은 다가오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축구 선수들에게 '수학능력시험'이나 마찬가지인 고등부 축구 전국대회가 모조리 연기된 것은 물론, 앞으로도 열릴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1일 초·중등 전국대회를 취소한다고 밝히면서 고등부 전국대회는 8~9월에 몰아 연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 방침대로 대회가 열릴 수 있을지는, 축구협회의 의지가 아니라 코로나19의 재확산 여부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할 경우, 축구협회로서는 대회를 강행할 재간이 없다.

◇ 축구소년의 대입 관문 '고등부 전국대회'란
전국대회 성적은 고3 선수들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데이터다.

대학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상당수 대학이 체육 특기자 전형에 지원하는 축구 선수들에게 '전국대회 8강 또는 4강 이상의 성적'을 요구한다. 대한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이 주관하고 총 179개 고등부 팀이 참가할 수 있는 고등부 전국대회는 2월에 4개 대회, 5월에 5개 대회, 7∼8월에 5개 대회가 열린다.

대회마다 24개 팀이 참여해 토너먼트 형식으로 경쟁하며 각 팀은 2월, 5월, 7∼8월에 각 한 대회씩, 1년에 총 3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탓에 아직 한 대회도 치르지 못했다. 축구협회의 두 차례 연기 발표 끝에 14개 대회가 모두 8월과 9월에 열리게 됐다.

촉박한 일정이지만 그마저도 치를 수 있다면 다행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들 대회를 아예 못 치르게 되면 성적 산출의 중요한 근거가 없어진다.

대학으로서는 시험 성적도 없이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 '플랜B'는 아직…"형평성 갖춘 대안 마련 시급"
축구협회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학 축구팀 지도자와 대학교수 등 20여명과 회의를 했다.

이들은 전국대회 시행에 차질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 대학 입시 요강을 수정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전국대회가 파행할 경우에 적용할 새 학생 선발 기준을 '플랜B'로 만들어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랜B의 내용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이른 시일 내에 두 번째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허용하는 각 대학 입시 요강 수정 데드라인은 이달 24일까지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대책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공감대는 형성했다"면서 "기간 내에 학생들의 상황에 맞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계획안은 고등부 주말 리그 성적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 23개 권역별로 진행되는 리그의 수준이 달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이 치열한 권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지자체가 운동장을 폐쇄하면서 경기권을 포함한 7개 권역은 리그 개막조차 하지 못했다.

1, 2학년 대회 성적을 인정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역시 허점은 있다.

정재권 한양대 감독은 "출전 기회는 주로 입시를 앞둔 고3 선수들에게 주어지고 저학년생들은 기회가 많지 않다"며 "저학년 때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 회의에 참석했던 정 감독은 "전국대회와 리그 운영과 관련해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대회와 리그 진행이 모두 불가능한 경우, 학교별 내부 매뉴얼을 만들어 실기 테스트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