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우려 커지는 홍콩보안법…배심원 없는 밀실재판 가능

'보석'도 어려워져…민주파는 '영구 피선거권 박탈' 가능성도
소셜미디어에서 소문 퍼뜨리는 행위도 처벌받을 수 있어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고 피의자 인권을 침해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법조계는 홍콩보안법이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여러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중국 중앙정부가 설치해 사실상 홍콩의 국가안보 관련 사안을 총괄하게 될 '국가안보공서' 요원들은 업무와 관련해서 홍콩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홍콩 정부는 이들의 업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홍콩변호사협회는 성명을 내고 이들이 초법적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보안법 59조의 경우 이 법을 위반한 사건의 정황을 아는 사람은 '사실대로 증언해야 한다'고 규정해 묵비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판사의 보석(保釋) 허용도 어려워질 수 있다. 홍콩법에서는 살인 피의자를 제외한 모든 피의자가 보석을 신청할 수 있으며, 피의자가 도주, 재범, 증인 포섭 등의 우려가 있어 보석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홍콩보안법은 피의자가 이 법을 위반하는 다른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믿을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만 판사가 보석을 허용하도록 했다.

사실상 보석 허용 가능성을 크게 줄인 셈이다. 배심원단을 통한 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제한될 수 있다.

홍콩법은 중대 범죄에 대해 공개된 배심재판을 적용하지만, 홍콩보안법은 민감한 사건에 대해 배심원을 배제한 채 비공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홍콩 법무부 장관에게 부여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 등도 처벌받을 수 있다.

장샤오밍(張曉明)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은 "프린스에드워드역과 관련된 소문은 홍콩 정부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것으로, 홍콩보안법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31일 경찰이 지하철 차량 내부까지 들어가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구타하며 63명을 한꺼번에 체포한 '프린스에드워드역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시위대 3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나갔고, 홍콩 시위대는 정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매월 마지막 날에 프린스에드워드 역에 모여 추모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보안법 29조는 외국과 결탁해 불법적인 수단으로 홍콩 정부나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 민주파는 오는 9월 입법회 선거에 출마할 자격 박탈은 물론 피선거권이 영구히 박탈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홍콩보안법 35조는 이 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의원이나 공무원 등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에는 즉시 공직에서 쫓겨나도록 규정했다. 테레사 청 홍콩 법무부 장관은 홍콩보안법 위반자의 피선거권이 영원히 박탈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답을 피하면서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아, 이에 대한 우려가 민주파 진영 내에서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