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먹인 것도 부인하나요"…故 최숙현 선수의 실망감

경찰과의 녹취에서 가해 혐의자의 혐의 부인에 실망
고(故) 최숙현 선수는 가해 혐의자의 계속된 혐의 부인에 실망감이 커졌다. 유족들이 8일 공개한 녹취 파일 '경찰과의 통화'에서도 최숙현 선수가 느낀 실망감이 드러난다.

녹취에서 최숙현 선수는 "빵 먹인 것도 부인하나요"라고 되묻는다.

경찰은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이 빵을 억지로 먹였을 때 옆에 있던 사람들이 피고소인인데, 빵 먹인 것도 부인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최숙현 선수는 "빵 먹인 것도요"라고 놀란다.

고인은 변호인의견서에서 "2016년 2월 김규봉 감독과 안주현(팀 닥터)이 '체중이 늘었다'며 20만원어치 빵을 사 오게 한 다음, 고소인을 포함한 다른 여자 선수들에게 사 온 빵 전부를 억지로 먹을 것을 강요하고 지켜봤다"고 썼다.

하지만 가해 혐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를 전해 들은 최숙현 선수는 빵을 먹이는 장면을 지켜보거나, 함께 빵을 사러 간 목격자의 이름을 경찰에게 말한다.

경찰은 목격자들과의 통화를 약속한다.

녹취에서 최숙현 선수는 경찰에 김규봉 감독의 사기 혐의에 관해서도 얘기한다. 최숙현 선수는 "이체 한도가 200만원이어서, 200만원 한 번 보내고 35만원을 추가로 보냈다"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실제 보낸 금액(총 239만3천909원)과 비슷하다.

경찰은 "일단 감독은 사기 혐의로 접수를 하고, 폭행은 가해 혐의자가 부인하더라도 목격자 진술로 더 파악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가해 혐의자가 폭행 혐의에 관해 계속해서 부인하는 점은 고 최숙현 선수에게 충격을 안겼다.

경찰이 "폭행 정도가 아주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 벌금으로 끝날 수도 있다.

(가해 혐의자 중 한 명인 남자 선배는) 폭행이 한 차례라면 벌금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자, 최숙현 선수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고교를 졸업하기도 전인 2016년부터 가혹행위에 시달린 고 최숙현 선수와 그의 가족은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경주시청, 경찰, 검찰,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피해를 호소했다.

가해 혐의자들은 혐의를 부인했고, 최숙현 선수는 '어디에서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두려움에 시달렸다. 가족은 귀한 딸을, 체육계는 소중한 선수를, 사회는 폭력 없는 세상을 바라던 시민을 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