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이 만든 SF 드라마…"결국 중요한 건 화두"

영화·드라마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SF8'

영화감독이 연출한 SF 드라마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선보이는 'SF8' 프로젝트를 총괄한 민규동 감독은 "결국 가장 큰 힘을 가진 건 화두"라고 말했다.
영화·드라마 크로스오버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SF8'은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소속 감독 8명이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로봇, 게임, 재난 등을 소재로 8가지 근미래의 모습을 그린다.

민 감독은 8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SF가 서양의 독점 장르로 인식되고 있지만, 우리 감독들에게도 SF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며 "원하는 대로 쓰고 원하는 배우와 작업해 새로운 플랫폼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지난해 초부터 고민해 왔다"고 소개했다.

그 출발은 영화감독 자격으로 감독조합 행사에 참석했던 최승호 전 MBC 사장이 '같이 해보면 어떨까' 했던 가벼운 제안이었다고 민 감독은 밝혔다. 그 결과 작은 상업 영화 한 편에 못 미치는 제작비로 50분 분량의 드라마 8편이 만들어졌고, 작품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OTT 플랫폼 웨이브, MBC를 통해 관객과 만나게 됐다.
민 감독은 "현재 극장의 변화를 봐도 그렇고 영화가 반드시 기존의 방식으로만 소비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질문을 안고 있었다"며 "이번 작품들이 공개되고 여기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면 작품 내적으로는 물론, 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F 장르를 선택한 데에 대해서는 "최근 20∼30대 젊은 작가 중에 SF를 쓰지 않는 작가가 없을 정도다. (SF 문학을 통해) 인간적인 건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라는 고민들이 10년 동안 많이 쌓였다"며 "그런 문학적 에너지를 영화와 결합하는 지점을 중요하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SF 문학을 원작으로 삼아 각색하거나 새로 창조해 낸 작품들은 화려한 스펙터클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일상 속 이야기로 화두를 던진다.

인간보다 인간적인 간병 로봇('간호중'·감독 민규동), 인공지능 운세 서비스를 맹신하는 사회에서 다른 이유로 개발자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만신'·노덕), 인공지능 파트너를 뇌에 이식해 살인 사건 수사에 나서는 형사('블링크'·한가람), 아들과 결합된 안드로이드가 아들의 영혼을 죽였다고 의심하는 엄마('인간증명'·김의석) 등 인공지능(AI)을 소재로 한 4편의 작품이 모두 다른 색깔과 상상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미세먼지로 가득한 세상에서 경제력에 따라 계급이 나뉜 채 살아가는 사람들('우주인 조안'·이윤정), 지구 종말을 일주일 앞두고 풋사랑을 하는 청춘('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안국진), VR 앱에서 얼굴을 속이고 만난 남녀('증강콩깍지'·오기환), 가상 현실에 갇혀버린 BJ('하얀 까마귀'·장철수)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들은 자본이나 시간 등 물리적 제한으로 어려움은 있었지만 자유로운 창작을 보장한 이번 작업에 만족감을 표했다.

노덕 감독은 "상업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매우 많은 이해관계가 개입되기 때문에 창작에 대해 100%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데, 이번엔 어떤 것도 묻지 않고 지지해줘서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오기환 감독은 "SF가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의 약자지만 저는 '슈퍼 판타지'(super fantasy)라고 의역한다"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밝혔다.

이유영과 예수정(간호중), 이연희와 이동휘(만신), 이시영과 하준(블링크), 김보라와 최성은(우주인 조안), 문소리와 장유상(인간증명), 이다윗과 신은수(일주일 만에 사랑할 순 없다), 최시원과 유이(증강콩깍지), 안희연(가수 하니)과 신소율(하얀 까마귀) 등 다양한 세대의 배우들이 참여해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SF8'은 오는 10일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공개한 뒤 8월 중 MBC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9∼16일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특별전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