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웨인라이트 없었다면 한국 잠정 귀국 생각했을 수도"(종합)

미국 매체와 화상 인터뷰…고독한 훈련 경험이 내 인생에 교훈줄 것
'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팀 훈련 재개 후 첫 인터뷰에서 함께 훈련한 팀 동료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광현은 9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팀 훈련을 마치고 현지 매체들과 화상 인터뷰에서 "웨인라이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만약 그가 없었다면 한국 잠정 귀국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 차례 함께 훈련한 뒤 웨인라이트의 아이들과 친해졌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가 사라지면 가족들끼리 만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했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선발 경쟁을 펼치는 등 새 시즌 전망을 밝혔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시기를 겪었다.

시범경기가 3월 초 중단되고 시즌 개막도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갑자기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됐다.

김광현은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머물다 세인트루이스로 이동해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주변엔 아는 이들이 없었고, 훈련 환경도 조성되지 않아 고독하게 땀방울을 흘렸다.

한국보다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아 가족을 데려올 수도 없었다.
이때 웨인라이트가 손을 내밀었다. 김광현은 웨인라이트와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씩은 캐치볼을 하며 시즌 개막을 준비했다.

일간지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에 따르면, 김광현은 화상 인터뷰에서 "아주 외로웠기 때문에 이를 견딘 경험이 내 선수 생활과 인생 전반에 걸쳐 교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이 올 시즌이 끝나기 전 개발된다면 한국의 가족을 미국으로 데려올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어려워 보인다"며 "내년 백신이 개발돼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간다면 '와이노'(웨인라이트의 애칭)가 나와 내 가족을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웨인라이트는 한 인간으로서 김광현에게 매료됐다고 평했고,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 김광현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김광현은 현재 머무는 곳에 케이블 TV가 없어서 현지 시간 오전 일찍 열리는 전 소속팀 SK 와이번스를 비롯한 한국프로야구팀의 경기를 못 보고, 하이라이트만 종종 시청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 전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정말 야구를 하고 싶어졌다"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김광현은 11일 타자들을 세워두고 라이브 투구를 할 예정이다.

김광현은 또 세인트루이스에 머문 석 달 동안 초밥과 같은 싱싱한 해산물 음식을 찾기가 어려웠고, 한국 식당에서 많은 외국인이 한국식 바비큐를 즐기는 모습을 봤다고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현지 매체 벨빌 뉴스의 제프 존스 기자는 김광현의 인터뷰 내용과 사진을 트위터에 소개하며 "김광현의 머리 스타일이 다소 바뀐 것 같다"고 썼다. 김광현은 "한국에서 선발 투수로 뛰었기에 세인트루이스에서도 닷새 간격으로 선발로 등판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팀 승리에 공헌할 수 있다면 선발이든 구원이든 중요치 않다"는 원론적인 자세를 견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