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강남 그린벨트 해제 검토"…서울시 "그러면 판 깨진다"(종합)

정부와 여당이 수도권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그동안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서울시도 현재로선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다. 국회 국토교통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15일 국회 부동산 비공개 당정 협의를 열고 나서 기자들로부터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런 것까지 포함해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서 범정부적으로 논의하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도 14일 방송 인터뷰에서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그린벨트 택지 확보 실무를 담당한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서울시를 의식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으나 이날 박선호 국토부 1차관도 서울시에서 열린 공급대책 TF 회의에서 "도시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 모두 공히 서울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검토해 보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이에 대해 당정청에서 주택 공급 확대 시그널을 확실하게 주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 해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정부는 7·10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유형을 제시했으나 충분치 못하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 도심의 고밀 개발은 주택수 확보에 한계가 있고, 재건축은 공공 개발 방식이 제시되긴 했지만 실효성에 벌써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신규택지 확보는 지금까지 제시된 것보다 더 파급력 있는 내용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7·10 대책에 대해 세금 규제만 있고 공급 방안은 빠진 반쪽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서울 내에서도 입지가 좋은 땅을 발굴해 택지로 조성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5·6 대책에서 제시된 용산 정비창 개발 방안과 비슷한 파급력을 줄 수 있는 땅은 결국 그린벨트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할 수 있는 택지는 결국 강남의 보금자리 지구 근처 땅들이 될 공산이 크다.

서울의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149.13㎢로, 강남권에선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동구(8.17㎢), 강남구(6.09㎢), 송파구(2.63㎢) 등 순이다.

노원구와 은평구, 강북구 등 서울 북쪽에도 그린벨트가 많지만 이들 지역은 대부분 산으로 택지 개발이 어렵다.

이 때문에 서초구 내곡동과 강남구 세곡동, 수서역 인근 등지로 이명박 정권 때 보금자리 주택을 개발하고 남은 주변 땅들이 추가 택지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그린벨트 지역의 가용면적은 그리 충분치 않다는 평가도 있다.

최대한 택지를 조성해도 1만가구 이상 공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들 지역에 대한 토지보상과 교통대책 수립 등도 만만찮은 과제다.

무엇보다 서울시를 설득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고 박원순 시장이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청을 받을 때마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고 언급하며 완강히 거부했다.

박 시장은 떠났지만 서울시는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가 완연하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오늘 회의는 그린벨트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하고 열린 것"이라며 "그린벨트 얘기가 나오면 판이 깨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는 2018년 서울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강남권 그린벨트를 직권으로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서울시를 의식해 접은 적이 있다.

하지만 과거 정권에서 집값을 잡은 것은 결국 강남 보금자리 주택이었다는 점에서 정부로선 이들 지역에 계속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달 말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서울 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들어가게 된다면 방침을 밝히는 정도가 될 전망이다. 공식적으로 어느 특정 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택지로 개발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려면 지구지정 단계까지는 가야 하지만 이를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