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화상회의 이어 비공개회의…과거틀 깬 '형식' 눈길

김정은 정권 들어 당 중앙군사위 빈번…노동당의 군부 통제 의지

북한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를 화상 예비회의로 한 데 이어 핵심 간부들만 모인 비공개회의를 진행하는 등 다소 낯선 형식을 잇달아 선보여 눈길을 끈다. 19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확대회의가 열렸다고 보도하며 그 후 중앙군사위 비공개회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비공개회의는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하는 가운데 별도의 소규모 회의실에서 진행됐으며, 군 핵심 간부 15명만 따로 참석했다.

비공개라면서도 북한 매체는 회의의 일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열린 확대회의에서는 군 내의 정치사상 생활과 군사 사업 등 일반적 문제들을 논의하고, 전쟁 억제력 강화 방안 등 주요한 문제들은 비공개회의에서 토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이 연단에 서서 일장 연설을 하고 군 간부들은 메모하며 경청하는 식의 확대회의와는 다르게 김 위원장과 간부들이 회의 테이블에 바투 앉아서 토의하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달에도 북한 노동당 회의 형식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던 중앙군사위 예비회의였는데, 비대면 방식인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모니터 앞에서 회의를 진행한 것인데, 마찬가지로 생소한 방식이어서 내용과 별개로 눈길을 끌었다.

또 예비회의라는 형식도 그동안 북한 매체에는 언급된 것이 없었다는 점에서 특이함을 더했다.
한편 김정은 정권 들어 노동당 중앙군사위 회의가 비교적 자주 열린다는 점에서 노동당의 정치적 위상이 강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김정은 정권하에서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는 2013년, 2014년, 2015년(8월 20일·8월 28일), 2018년(5월 17일), 2019년(9월 6일·12월 22일) 등 1년에 1∼2차례 열리면서 중요한 군사정책들을 결정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5월 22일 열린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 지난 6월 23일 열린 예비회의까지 더하면 벌써 세 차례 회의가 진행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군'을 강조하며 국방위원회 기능을 앞세웠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노동당 기능을 정상화하고 역할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체제의 국정운영 시스템을 부활하는 것으로, 김 위원장은 헌법 개정과 노동당 규약 개정, 군부 인사 등을 통해 군부 대신 노동당을 다시 국가운영의 중심에 놓았다.

노동당 주도의 국정운영 시스템은 중국이나 베트남 등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 체제를 갖춘 국가의 일반적인 국정운영 방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일 시대에서 국방위원회 회의가 소수로 암암리에 운영된 것과 달리 김정은 시대에서는 군사 분야 회의라도 공개할 것은 공개하고 비공식으로 할 것은 구분해서 하는 모습"이라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하는 외교안보분야 회의체 운영의 특성을 갖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