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나흘째 협상…경제회복기금 교착 타개 모색

회의 일정 또 연장…기금 규모·보조금 비중·조건 등 놓고 입장차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2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론19) 여파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회복기금을 놓고 나흘째 협상을 이어간다. EU 정상들은 지난 17일부터 벨기에 브뤼셀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첫 대면 정상회의를 열고 7천500억 유로(약 1천33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과 1조740억 유로(약 1천479조) 규모의 2021∼2027년 EU 장기 예산안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당초 회의는 17∼18일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거듭 연장돼 나흘째 회의에 이르게 됐다.

이들은 사흘을 꼬박 논의하고 이날 오전까지도 밤샘 협상을 벌였으나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에 잠시 휴회하고 이날 오후 다시 만날 예정이다.

지난 4월 EU 회원국 정상들이 설치에 합의한 경제회복기금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높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코로나19 피해가 큰 회원국에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집행위와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앞서 7천500억 유로 가운데 5천억 유로는 보조금으로, 나머지는 대출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EU 회원국들은 경제회복기금 규모, 보조금과 대출 비율 등 지원 형식과 조건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으며 사흘 밤낮에 걸친 마라톤협상에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재정적 여유가 있는 북부 국가들은 보조금은 최대 3천500억 유로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기금 지원에는 노동시장, 경제 개혁 등의 조건이 따라야 하며 민주적 기준 준수 여부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또 기금 지원 때 회원국들이 승인 과정에서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헝가리 등이 이 같은 조건에 반대하고 있다.

교착상태가 계속되면서 일부 정상들 사이에서 격한 언사가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를 겨냥해 "그는 우리에게 특정한 개혁을 요구할 수 없다"라고 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총리도 책상을 쾅 치며 뤼테 총리를 비판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기금 지원에 민주적 기준 준수 여부를 반영하면 경제회복기금 계획 전체를 거부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뤼테 총리가 헝가리에 대한 "증오"를 가진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이날 오전 보조금 비중을 5천억 유로에서 3천900억 유로로 줄이는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고 한 관리는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관리들을 인용해 북부 유럽 정상들이 이 새로운 제안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핵심 쟁점인 보조금 비율에 대한 합의 가능성을 전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오늘의 결과에 만족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