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참사' 석 달도 안 돼 용인서 또 물류창고 대형화재

SLC 물류센터 불로 지하 4층에 있던 작업자 5명 숨져
"냉동창고 단열재에 불붙으면 유독가스 다량 분출"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한 지 석 달도 안돼서 용인의 물류창고에서 또다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물류창고는 특성상 공간이 밀폐된 데다 화염에 취약한 물건들이 대량으로 쌓인 경우가 많아 불이 났다 하면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퍼져 인명피해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는 곳이다.

불은 21일 오전 8시 29분께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소재 SLC 물류센터 지하 4층에서 시작됐다.

해당 층에서는 냉동식품을 화물차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고, 갑자기 화물차에서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번져나가면서 불길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5명은 지하 4층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

소방 당국은 갑작스러운 폭발로 불길이 일어나면서 이들이 미처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난 장소가 환기가 잘 안 되는 지하인 탓에 사망자들이 연기에 갇혀 밖으로 대피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물류센터 외벽을 보면 연기가 뿜어져 나온 주변으로 새까맣게 그을린 흔적이 선명하다.
소방대원들은 건물을 뒤덮은 검은 연기로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작업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2시간 만인 오전 10시 30분께 초진(불길을 통제할 수 있고 연소 확대 우려가 없는 단계) 됐지만, 건물 안은 여전히 연기로 가득 찼다. 이번 불은 이천 한익스프레스 화재 이후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반복된 물류창고 대형 화재다.

아직 명확한 화재 원인 등이 조사되지 않아 이천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지만 물류창고라는 닫힌 공간에서 초 단위로 퍼지는 유독 연기의 위험성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천 화재는 용접 작업 중에 우레탄폼에 튄 불티 때문에 발생했는데, 사망자 대부분이 삽시간에 건물을 집어삼킨 유독가스 연기에 대피하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최영상 대구보건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냉동식품을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기 위해선 단열재를 많이 쓸 수밖에 없을 텐데, 이 소재는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를 포함한 연기를 다량으로 내뿜는다"며 "'굴뚝 효과'로 연기가 계단을 통해 지상으로 치솟으면서 피난로도 막혀 당시 대피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LC 물류센터는 지하 5층에 지상 4층, 연면적 11만 5천여㎡ 규모로, 2018년 12월 준공됐다.

지상 1층에는 이마트와 제이오피스텔엔 피(JOPNP)가, 지하 1층에는 오뚜기가 각각 입점해 있다. 지하 2층은 출하대이고, 지하 3∼4층은 오뚜기와 JOPNP의 저온 창고가 위치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