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역주행 사고' 외교관 부인 계기 면책특권 고친다

라브 영국 외무장관 "불합리한 경우 막을 것…가족에 작은 위안"
피해자 모친 "큰 진전…미 외교관 부인 범죄인 인도 요청 계속"
영국에서 역주행 교통사고를 내고 면책특권을 내세우며 귀국한 미국 외교관 부인 사건을 계기로 양국이 제도상 허점을 개선하기로 했다. 22일(현지시간) 스카이 뉴스, BBC 방송에 따르면 양국은 앞으로 영국 내 미 공군기지 직원의 가족이 형사 기소될 경우 면책특권을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발생했던 미국 외교관 부인의 역주행 사망 사고 때문이다.

영국에 파견된 미 정보기관 요원의 아내 앤 사쿨러스는 지난해 8월 27일 영국 중부 노샘프턴셔 크러프턴 공군기지에서 SUV 차량을 몰고 역주행하다 오토바이에 탄 영국인 해리 던과 충돌했다. 던은 사고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사쿨러스는 사고 현장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경찰 조사에 협력할 것을 약속했지만,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하면서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에 영국 검찰은 지난해 말 사쿨러스를 난폭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한 뒤 미국 정부에 정식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거부했다. 사쿨러스의 경우 영국과 미국이 맺은 '비밀 협정'(secret agreement)에 따라 면책특권이 부여됐는데, 양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불합리한 부분을 개정하기로 했다.

노샘프턴셔 경찰은 다만 이번 개정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새 협정이 "가슴 아픈 해리 던 사건처럼 정의가 부정당하는 불합리를 막을 것"이라며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던을 다시 살리지는 못하겠지만 가족들에게 작은 위안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던의 모친인 샬럿 찰스는 "매우 큰 진전"이라면서도, 사쿨러스를 영국 법정에 세우기 위한 캠페인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런던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사쿨러스의 범죄인 인도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