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름] ③ "안전하다면 비싸도…" 휴가 풍속도 바꿔

특급호텔·고급펜션 만원…"방역·안전 고려 예약률 80% 맞추기도"
'혹시나 모를 감염 걱정'…캠핑족·차박 늘어, 홈캉스도 '눈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여름철 '휴가 풍속도'를 바꿔놓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해외여행이 여의치 않게 되자 여름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려던 사람들도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특급호텔과 리조트, 독채 풀빌라, 고급 펜션 등으로 몰리고 있다.

또한 여행 트렌드가 비대면(언택트·Untact)·개별·소규모 관광으로 바뀌면서 텐트나 캠핑카를 이용해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 "이번 휴가만큼은 그동안의 고생 위로받고 싶다"
강원도 춘천에서 사업을 하는 김모(46)씨는 평소 휴가철이면 필리핀 등 해외로 나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떠나지 못하게 되자 국내 여행을 결심했다. 대신, 경기 불황으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자 최고급 호텔을 예약하기로 했다.

회원권을 가진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정가 130만원에 달하는 객실을 하루 90여만원에 이틀간 묵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아무 곳도 여행을 하지 못해 이번 휴가철만큼은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받고자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좋은 호텔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제주에 사는 주부 강모(42)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의 한 독채 키즈펜션으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코로나19 탓에 타지역으로 여행을 갔다가 괜한 구설수에 오르기도 싫고, 무엇보다 감염 걱정이 앞섰다.

강씨는 "요즘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은데 호텔 로비나 엘리베이터, 뷔페 식당 등에서 혹시나 모를 감염이 걱정됐다"며 수소문 끝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풀빌라 형식의 독채 키즈펜션을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가족끼리만 생활할 수 있어 감염걱정이 없고, 장마철 비가 오더라도 내부에 아이들을 위한 실내풀장과 각종 장난감·놀이시설 등을 갖춰 펜션 안에서 식사와 놀이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맞아 특급호텔, 독채형 풀빌라, 고급 펜션으로 몰리고 있다.

대형 특급호텔일수록 방역을 철저히 하고 안전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과 대면 접촉이 비교적 적은 독채형 풀빌라·펜션 등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제주 중문의 특급호텔은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대부분 80%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호텔 측은 "방역과 안전을 고려해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지만, 예약률을 80% 수준에 맞춰 조절하고 있다"며 "손님간 접촉을 최소화 하기 위해 프라이빗 체크인 방식을 적용하고, 수영장·뷔페 이용 시간대도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의 한 고급 리조트의 경우 8월 15일까지 모든 객실 예약이 끝난 상태다.

1박에 수십만원대인 호텔 객실부터 수백만원까지 하는 최고급 독채형 리조트 등을 두루 갖춰 올여름 유명인사와 연예인 등의 예약까지 크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울산 울주군의 한 어린이 테마 시설을 갖춘 풀빌라는 8월 중순까지 예약이 대부분 완료됐다.

9개 객실을 갖추고 있는데, 주말은 이미 예약이 끝났고, 평일 역시 잔여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다 전망을 갖춘 동해안 고급호텔이나 객실에 수영장을 갖춘 풀빌라 펜션 등의 경우 50만원이 넘는 하루 숙박료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에서는 가족끼리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요트와 호텔을 엮은 관광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싼 요금에 따른 '바가지'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특급호텔과 고급빌라 등 업체 측은 전년과 비슷한 요금 체계로 운영하고 있다며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 옥상·마당에 간이 수영장·그늘막…'홈캉스'도 새 트렌드
사람이 많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보다 한적한 숲속과 바닷가에서 야영하는 캠핑족이 늘고 있다.

강원도에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동해안 작은 해변이 인기다.

강원 양양군 현남면의 작은 해변인 인구해수욕장에는 텐트를 치고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단위 피서객이 늘어나고 있다.

평소 많은 피서객이 몰렸던 경포, 속초 등 유명 해수욕장 대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한적한 장소를 찾은 것이다.

죽도, 인구, 아야진, 남애, 순긋, 명파 등 동해안 6개 시군에 숨어있는 캠핑 명소 해변들은 거리두기 속 피서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속속 찾아오고 있다.

해안도로 인근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차박(차에서 숙식하는 휴가 형태)을 즐기려는 피서객들이 몰고 온 캠핑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구해변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주민은 "올해는 코로나19에 이른 무더위까지 겹쳐서 그런지 지난달부터 해변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며 "작년보다 피서객이 많이 찾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두기의 생활화로 제주지역 캠핑장과 자연휴양림도 연일 상종가다.

제주시 구좌읍의 B캠핑장, 한림읍의 D캠핑장은 연일 밀려드는 캠핑족들의 예약을 다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일 취소된 예약분도 쇄도하는 예약 전화에 금방 나갈 정도다.

제주시의 대표적인 자연휴양림으로 24개의 객실을 갖춘 절물자연휴양림은 8월 15일까지 908명이 각각 객실을 예약해 예약률이 94.6%에 달한다.

서귀포자연휴양림과 교래자연휴양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6월 완공하고 8월 1일부터 9월 13일까지 임시 개장하는 울산 북구 강동오토캠핑장도 예약이 잇따르고 있다.
전체 25면 중 22면만 임시 개장 기간 운영하는데도 5천600여 명이 신청했다.

울산 북구 관계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예약이 들어왔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여행과 국내에서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꺼리는 시민들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내 다른 캠핑장도 여름철을 맞아 이용객이 늘어나고 있다.

캠핑 마니아인 김모(36)씨는 "요즘 캠핑장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캠핑장에 가보면 코로나19 때문에 처음으로 캠핑을 시작한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홈캉스(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형태)를 선택한 가정도 눈에 띈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여행하기 힘든 부모들이 옥상이나 마당에 간이 수영장과 그늘막을 설치하고 집에서 함께 휴일을 보내는 것이다.

각 지역 맘카페 게시판에는 임시 수영장이나 튜브형 풀장 등 홈캉스 용품과 텐트, 타프 등 캠핑용품 중고거래 문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김근주 박지호 변지철 이상학 차근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