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통] 부총리도 배출한 '중국의 입' 中외교부 대변인

중국 부처 중 유일하게 매일 브리핑…민감 현안에 대표 발언
화춘잉·자오리젠·왕원빈 체제…"외교부 대변인은 출세 코스"
루캉(陸慷), 화춘잉(華春瑩), 겅솽(耿爽), 자오리젠(趙立堅), 왕원빈(汪文斌)….
베이징(北京)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중국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매일 봤거나 앞으로 계속 봐야 할 '중국의 입'으로 불리는 외교부 대변인들이다. 최근 왕원빈 전 튀니지 대사가 외교부의 새 대변인으로 데뷔하자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 칭찬 일색의 인물평이 쏟아지고 주요 뉴스로 보도되며 크게 회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외교부 대변인 이름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정부의 주요 부처 장관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하지만 철저하게 통제되는 중국에서는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또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일 내외신 기자들 대상으로 현안을 브리핑하는 정부 부처가 없다.

외교부가 유일하다. 특히 미중 갈등 등 정치, 외교, 군사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중국의 공식 입장은 대부분 외교부 대변인의 입을 통해 나온다.

이 때문에 연합뉴스를 포함한 주요 외신과 신화통신, 중국중앙TV 등 중국 관영 매체 기자들 100여명이 주말을 제외한 매일 오후 3시(현지시간) 외교부 2층의 란팅(藍靑·외교부 브리핑룸)에 모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나 기타 중요한 국제 사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모두 여기서 정리돼 발표된다. 이런 발표는 매일 중국 전역에 크게 보도되고 그러다 보니 누가 외교부 대변인인지도 중국인들은 자연스레 알게 된다.

지난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냉각됐을 당시 겅솽 대변인은 "사드가 북핵과 같이 지역 안정을 해치는 악성종양이 될 것"이라며 강력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처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국익과 관련됐을 경우 다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비난을 쏟아내며 자국 옹호에 나서는 선봉대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983년부터 대변인 제도를 도입했다.

초창기에는 한주 또는 한 달에 한 차례만 했으나 2011년 9월부터 주 5회로 늘려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외교부 대변인을 거쳐 간 인사만 32명으로 천치첸(錢其琛) 부총리 등 고위직을 대거 배출해 전형적인 출세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는 화춘잉, 자오리젠, 왕원빈의 3명 체제 이뤄지고 있다.

특히 화춘잉 대변인은 외교부 대변인실 중 유일한 여성으로 외교부 유럽사와 싱가포르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 근무한 재원이다.

바로 직전에 있던 루캉 대변인이 외교부 북미사 국장, 겅솽 대변인이 유엔 주재 중국 부대표로 영전한 것을 보면 중국 정부 또한 '중국의 입'인 외교부 대변인들에 대해 각별히 예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에 반듯한 외모와 유려한 말솜씨를 가진 인물을 고심해 뽑는다"면서 "거의 모든 중국의 대외 입장이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나온다는 점을 보면 명실공히 '중국의 입'으로 불릴 만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