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에 간 삼성맨 "이제 데이터로 얘기합시다"

삼성SDS 출신 이상래 디지털금융부문장
"데이터 분석이 곧 고객 이해입니다. "
이상래(55) NH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장(CDO·부행장)은 3일 연합뉴스와 첫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부행장은 "고객을 이해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가장 객관적인 게 데이터"라며 "가장 다양한 고객, 넓은 고객의 목소리가 담기는 것이 데이터이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행장은 1991년 삼성SDS에 입사해 솔루션컨설팅팀장, 데이터분석사업팀장(상무), 디지털마케팅팀장 등을 지낸 '30년 삼성맨'이자 '데이터 전문가'다. 준법감시인을 제외하고는 농협은행 사상 첫 외부 출신 부행장이다.

농협은행은 은행의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관련 사업 본격화를 위해 지난달 1일 이 부행장을 전격 영입하고 '데이터사업부'도 새로 만들었다.

데이터사업부는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를 하는 것은 물론 은행 전반에 '데이터 거버넌스'(데이터에 기반한 운영)를 구축하고, 각 부서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분석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 부행장은 "서비스나 상품을 출시할 때 첫 단계부터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품을 설계하고, 또 채널 전략을 만들고, 마케팅을 기획하고, 서비스를 실제 실행한 뒤 운영 단계에서는 모니터링도 해야 한다"며 "데이터 분석이 끝에서 끝까지 '굴비 꿰듯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행장은 최근 손병환 행장과 함께한 내부 토론회에서 "앞으로는 무조건 데이터로 소통하고, 데이터로 의사결정 하자"고 제안했다.

또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고객이 그대로 이해해주는지, 반응해주는지, 출시 후의 모니터링에 동력을 더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행장은 요즘 데이터 분석 강화와 함께 고객 목소리를 입수하는 경로를 다양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존의 애플리케이션(앱) 리뷰나 콜센터 질문 외에, 앱에서 상품을 조회하고 난 뒤 실행하지 않고 이탈하는 고객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접촉해서 원인을 파악하고, 좀 더 빨리 요구를 포착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행장은 농협은행에 출근한 이후 직원들 보고방식부터 바꿨다.

그는 '보고' 대신 '공유'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 부행장은 "모두가 처음 하는 일이라면 90% 된 것을 가져왔다가 되돌리는 것보다 50∼60% 정도 되면 그때부터는 함께 이야기하면서 발전을 시키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50점짜리라도 빨리 얘기하고, 제목은 됐는데 내용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고민 중'이라고 써서 가져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다음 달 '내차관리 서비스'와 '정부지원금 추천서비스' 등 마이데이터 사업 사전신청을 할 예정이다.

이 부행장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금융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편의'로 연결하고자 한다"며 "농협은행은 특히 하나로마트 등 유통채널이 있는 농협경제지주가 있기 때문에 지역별, 나이대별 소비품목 비교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의 영업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가운데 농협은행이 내세울 강점으로는 '넓은 고객층'을 꼽았다.

이 부행장은 "농협은행은 연령뿐 아니라 지역 면에서도 넓은 고객층을 갖췄다"며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안에서 고객에게 맞고 경쟁력 있는 융합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협은행이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진행 중인 일들이 많은데, 올해 안에 이 구슬들을 보석이 되도록 꿰는 것이 단기 목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