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먼발치서 발만 동동'…섬진강 둑 붕괴현장 찾은 '멍든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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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하루 새 300㎜ 이상 폭우…농민들 "올해 농사 망쳐" "이를 어째, 이를 어쩌냐고…."
8일 오후 4시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일대는 누런 황토물만 가득했다. 오후 들어 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물이 조금 빠지긴 했지만 반쯤 드러낸 지붕과 도로 표지판을 보지 않고서는 어느 곳이 마을인지 도로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마을 앞 농경지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흙탕물 위로는 가재도구가 군데군데 떠다녔다.
이날 오후 섬진강 제방 일부가 무너진 이후 주민들은 마을회관 등지로 황급히 몸을 피했다. 마을로 들어가지 못한 주민들은 차량 진입 금지 표지판 앞에서 낙담한 표정으로 연신 "이를 어째"를 되뇌었다. 옆 마을에 사는 최모(68)씨는 "여기서 6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이런 물난리를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물이 빠지려면 열흘 이상 걸릴 거 같은데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식당에서 만난 70대 부부도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방문을 열면 황토물이 들어갈까 봐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니 마지못해 식당에 왔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인은 "타지에 사는 딸이 전화가 와서 안부를 물었을 때 피해가 없었다고 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모(58)씨의 비닐하우스는 제방이 터지며 들어찬 물이 하우스 천장까지 차올랐다. 묘목은 모두 잠겼다.
물은 차츰 빠지고 있지만, 그는 아직 하우스 안을 들여보지도 못했다.
최씨는 "이번 폭우로 올해 농사는 망쳤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김경환(73)씨는 "며칠 뒤 물이 완전히 빠지더라도 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이어서 복구와 쓰레기 처리 등 뒤처리가 더 큰 걱정"이라며 일손 지원을 당부했다.
황톳빛으로 변한 논을 바라보던 김모(58)씨는 "물이 넘쳐나는 것을 보니 이 상태로 2∼3일은 그냥 기다려야 할 듯싶다"며 "누구를 원망하겠냐. 허망할 따름"이라며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만 피워댔다. 이날 하루에만 300㎜가 넘는 장대비가 내린 남원에서는 1천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합뉴스
8일 오후 4시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금곡교 일대는 누런 황토물만 가득했다. 오후 들어 비가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물이 조금 빠지긴 했지만 반쯤 드러낸 지붕과 도로 표지판을 보지 않고서는 어느 곳이 마을인지 도로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마을 앞 농경지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흙탕물 위로는 가재도구가 군데군데 떠다녔다.
이날 오후 섬진강 제방 일부가 무너진 이후 주민들은 마을회관 등지로 황급히 몸을 피했다. 마을로 들어가지 못한 주민들은 차량 진입 금지 표지판 앞에서 낙담한 표정으로 연신 "이를 어째"를 되뇌었다. 옆 마을에 사는 최모(68)씨는 "여기서 6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이런 물난리를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물이 빠지려면 열흘 이상 걸릴 거 같은데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식당에서 만난 70대 부부도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방문을 열면 황토물이 들어갈까 봐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니 마지못해 식당에 왔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인은 "타지에 사는 딸이 전화가 와서 안부를 물었을 때 피해가 없었다고 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모(58)씨의 비닐하우스는 제방이 터지며 들어찬 물이 하우스 천장까지 차올랐다. 묘목은 모두 잠겼다.
물은 차츰 빠지고 있지만, 그는 아직 하우스 안을 들여보지도 못했다.
최씨는 "이번 폭우로 올해 농사는 망쳤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김경환(73)씨는 "며칠 뒤 물이 완전히 빠지더라도 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이어서 복구와 쓰레기 처리 등 뒤처리가 더 큰 걱정"이라며 일손 지원을 당부했다.
황톳빛으로 변한 논을 바라보던 김모(58)씨는 "물이 넘쳐나는 것을 보니 이 상태로 2∼3일은 그냥 기다려야 할 듯싶다"며 "누구를 원망하겠냐. 허망할 따름"이라며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만 피워댔다. 이날 하루에만 300㎜가 넘는 장대비가 내린 남원에서는 1천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