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소비 지형은 어떻게 변하는가

이준영 교수의 신간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는 전례 없는 생존 공포에 휘말려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특징들이 표준이 되는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시대가 도래했다.

지속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일상의 모습은 달라지고 개인의 소비 패턴도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변해간다.

새로운 가치관이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드러나게 될 코로나 시대의 소비 지형은 어떻게 달라질까?
소비 트렌드 전문가인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신간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에서 팬데믹 이후 소비의 양태 변화를 7개 키워드로 정리해냈다.

개인의 소비 변화를 '홈코노미', '언택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멘탈데믹'으로 설명하고,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소비 변화는 '로컬리즘', '코로나 디바이드', '코로나 패러독스', '코로나 리세션'으로 풀어나간다.

먼저 '홈코노미'는 도시 봉쇄,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확산된 집 안에서의 경제생활을 지칭하는 말로, 집에서 시간을 더욱 다채롭게 보내는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비대면 소비의 확대로 모든 것이 빠르게 디지털화한다는 '언택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는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온라인의 무한 확장성과 공유 사업, 구독 경제 등 초개인화 비즈니스가 우리 삶을 바꾸리라 예상한다.

멘탈(Mental)과 팬데믹(Pandemic)을 결합한 '멘탈데믹(Mentaldemic)'은 오랜 격리와 사회생활의 단절이 초래한 우울증인 '코로나 블루'를 진단하며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돌보는 심리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더불어 이 교수는 전염병의 대규모 확산으로 탈세계화가 이뤄지고, 보호무역과 고립주의 심화로 다양한 로컬 경제 발전이 이뤄지는 '로컬리즘' 키워드가 부상한다고 본다. 이와 함께 코로나로 인한 계급 격차와 소비 양극화, 디지털 소외는 '코로나 디바이드'로, 바이러스 확산 상황에서 모순적으로 환경이 회복되는 상황은 '코로나 패러독스'로 각각 정리했다.

또한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불황을 닮은 지금의 경기 침체를 '코로나 리세션'으로 다뤄 불황기에 소비자에게 주목받는 비즈니스 전략을 들려준다.

저자는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특히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좀 더 과감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변화의 방향성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사회적 신뢰 붕괴와 거짓 정보 확산 등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공동체적 연대를 통한 협력은 더욱 어려워진다.

사회 구성원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할 때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참고로, 재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재난 시 겪는 사회적 심리 변화 6단계를 살펴보자. 재난이 닥쳤을 때 공동체는 '재난 전기', '영향 단계', '영웅 단계', '허니문 단계', '환멸 단계', '회복 단계'를 차례로 거치기 마련이다.

'재난 전기'가 불확실성으로 인한 두려움의 감정이 나타나는 때라면, '영향 단계'는 심리적 충격에서 극심한 공황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난 반응이 드러나는 시기다.

이어 '영웅 단계'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이 이타주의에 기반해 놀라운 연대와 협력 활동을 보인다.

'허니문 단계'는 감정의 극적 변화를 보이며 공동체의 결속이 매우 강해지고 재난에 대한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는 때이며, '환멸 단계'에서는 장기화한 스트레스로 급격한 감정적 하강 현상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회복 단계'는 개인과 지역사회가 자신의 삶을 다시 구축하는 때. 이 시점이 되면 공동체의 회복 탄력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재난 관리가 최종 회복 단계로 빠르게 진입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이 가운데 어느 단계에 도달해 있을까?
21세기북스. 300쪽. 1만8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