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도 낚였나…'성경 태우기' 영상 출처는 러시아 언론

NYT "러시아 당국의 선거개입 기술 갈수록 교묘해져"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는 러시아 당국의 작전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미국 포틀랜드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성경책을 불태우는 동영상의 출처는 러시아 국영방송 RT 산하의 영상전문 뉴스통신사 럽틀리(Ruptly)라고 보도했다.

지난 1일 심야에 촬영된 이 동영상엔 2명의 시위자가 성경책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 담겨 있다.

럽틀리가 트위터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이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트위터에 극좌 단체인 '안티파'(antifa·반파시스트)의 활동이 성경책에 불을 지르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의 중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우파 정치인들도 동영상에 분노를 표시했다.

이 동영상은 이후 2만6천회 이상 리트윗됐다. 그러나 NYT는 이 동영상이 퍼져나가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일단 이날 인종차별 반대 시위 현장에서 성경책 태우기는 시위대의 본류와 거리가 먼 돌발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러시아의 럽틀리는 성경책 태우기를 이날 시위의 하이라이트인 것처럼 편집해 공개했다는 것이 NYT의 문제 제기다. 또한 NYT는 럽틀리가 공개한 동영상이 트위터에 확산하는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덧붙였다.

럽틀리의 동영상을 최초로 리트윗한 계정은 이미 삭제된 상태다.

다만 주소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오클라호마시티로 표시됐다.

이 계정에서 다시 동영상을 퍼나른 것은 말레이시아의 트위터 회원이었다.

이 회원이 동영상과 함께 "포틀랜드의 연방법원 앞에서 좌파 운동가들이 성경책 무더기를 불태웠다"는 트윗을 남기자 온라인에서 동영상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성경책 한두권이 불타는 장면을 성경책 무더기가 불타고 있다고 과장한 말레이시아발 트윗에 트럼프 지지자와 우파들이 모두 달려들었다는 이야기다.

러시아가 2016년도에 가짜 계정을 이용해 퍼뜨린 가짜 뉴스로 미국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번 대선에선 교묘한 과장과 왜곡을 이용해 선거 구도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민주당 소속인 리처드 블루멘털 상원의원은 "러시아 정보기관은 인터넷 공간에서 왜곡된 정보를 퍼뜨리는데 훨씬 더 교묘해졌고, 더 많은 자원을 가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