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총리 '과로' 얘기 나오는데, 정말 그럴까

도쿄신문 "147일간 휴일 없이 일했다지만 오전 자택서 보낸 날 많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여름 휴가 중이던 지난 17일 돌연 건강검진을 받은 것을 계기로 측근들의 입을 통해 아베 총리의 과로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측근들은 아베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능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몸을 혹사했다며 동정론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도쿄신문은 20일 아베 총리가 과로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런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6~18일 여름휴가를 내고 17일에는 도쿄 게이오(慶應)대학 병원에서 7시간 30분가량 머물면서 검진을 받았다. 다소 느닷없는 이번 검진을 놓고 아베 총리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 제기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아베 총리 최측근들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아베 총리의 '과로' 발언을 쏟아냈다.

아소 부총리는 17일 취재진에게 아베 총리가 올 1월 26일부터 6월 20일까지 '147일간' 하루도 휴일처럼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기간을 쉬지 않은 채 일하고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민영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서 '쉬는 것을 죄라고까지 생각한다'며 아베 총리의 강한 책임감을 거론했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17일 "왜 일정을 연달아 넣어 총리를 쉬지 못하게 하나.

녹초가 된 상황인데"라고 아베 총리 보좌진을 질책하는 듯한 트위터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베 정권의 핵심 멤버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18일 민방 BS 프로그램에서 "조금 더 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건의하고 있다"면서 '과로 상태'인 아베 총리에게 휴식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실제로 매일 신문 지면을 통해 공개되는 아베 총리의 동정을 보면 지난 6월 20일까지 147일간 정식으로 쉰 날이 없었고, 평일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 기간에 쉬지 않고 일만 했다고 하기에는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토·일요일 중심으로 약 40일간은 오전 중 외부 인사를 만나지 않은 채 사저(자택)에서 보냈다는 이유에서다.

아베 총리는 오전을 자택에서 보낸 날은 오후 출근해 관저 등에서 회의를 주재하거나 업무를 보며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수 시간을 보낸 뒤 퇴근했다.

이런 근무 패턴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사태가 선포된 상황이던 지난 5월의 황금연휴 중에도 계속됐다.

코로나19 양성자가 다시 증가한 6월 하순 이후로도 주로 토·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자택에서 오전을 보내거나, 아예 온종일 자택에 머문 날도 있었다.

다만 매년 여름 휴가철에 후지(富士)산 자락에 있는 별장으로 가서 며칠 머물면서 즐기던 골프를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치지 않았다.

생활보호대상자 지원 시민단체인 '안심 플러스'의 후지타 다카노리 이사는 "일반 노동자를 147일간 쉬지 않고 일하게 했다면 위법한 일이 되겠지만, 아베 총리는 본인 재량으로 일의 양의 조절할 수 있다"며 총리와 일반 노동자의 일하는 방식이 다른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측근들이 '과로'를 말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는 올 정기국회 폐회 후 야당의 임시국회 개원 요구를 무시하고 재확산하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설명도 각료에게 맡기고 있다며 몸 상태에 정말로 문제가 있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요양에나 전념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