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정당화 나선 통합당, '호남 인물론' 고개

비례대표 할당 등 호남 출신 배려도 구체화

지도부의 전남 섬진강 수해 복구 활동부터 5·18 정신을 담은 정강·정책, 5·18 국립묘지 앞에서의 '무릎 사과'까지.
전국정당으로 발돋움하겠다며 호남 민심 끌어안기에 나선 미래통합당이 호남 출신 인사 중용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최근 일련의 행보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비례대표 25% 할당 같은 당장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는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2016년 보수정당 첫 호남 출신 당 대표에 오른 이정현 전 의원을 제외하면 호남 출신이 당 요직에 앉은 적이 거의 없었던 만큼 '쇄신'의 측면에서 이들을 특별히 배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합 과정에서 옛 국민의당 소속 호남 인사들이 일부 유입되기는 했지만, 통합당 내 호남 인사는 여전히 기근에 비유될 만큼 소수인 게 현실이다. 전남 보성 출신의 정양석 서울시당위원장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호흡을 맞춰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총괄할 예정이다.

함경우 조직부총장은 전북 익산 출신이다.

비례대표로 통합당에 합류했으나 20대 국회에서 전북 전주을을 지역구로 가졌던 정운천 당 국민통합특위 위원장, 순천이 고향인 김웅 의원(송파갑), 각각 광주와 전주 출신인 전주혜 조수진 의원도 있다. 김미애(부산 해운대을) 비대위원과 김은혜(성남 분당갑) 대변인은 부친이 호남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정강정책특위에서 활동했던 천하람 변호사는 대구 출신이지만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지역에서 표밭을 갈고 있다.

당 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제 광주에서 시민 한 분이 비대위원에 호남 인사를 합류시켰으면 좋겠다고 말씀했다"며 "(호남 챙기기를) 시스템화하는 작업은 계속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천 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 제2지역구 갖기 운동과 호남 인사 비례대표 우선 추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합당은 수도권 강세 지역에 호남 인사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나이 80인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동서통합을 명분으로 호남 연고가 있는 김 위원장이 차기 당 대표를 넘어 대선 후보까지 나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조부로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은 전북 순창이 고향이고, 김 위원장 본인도 광주에서 초·중학교를 다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