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노역 현장 일본 사가미댐 추모비 안내판 훼손

조선학교 학생들이 발견해 가나가와현에 복원 요청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사가미하라(相模原)시 소재 사가미댐 근처에 설치된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 안내판이 훼손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교도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 사가미댐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을 추모하는 비석 곁에 설치된 안내판이 손상된 것을 이달 9일 과외 활동을 하러 나온 가나가와 조선중고급학교 학생들이 발견했다.

안내판에는 사가미댐을 건설하기 위해 일본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포로와 조선인 등이 동원됐다는 사실이 기재돼 있는데 이 가운데 "당시 식민지였던 한반도로부터 나라의 방책에 의해 데려옴을 당한 분들"이라고 쓴 부분에 뭔가에 의해 긁힌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학생들은 24일 가나가와 현청을 방문해 구로이와 유지(黑岩祐治) 가나가와현 지사에게 보내는, 안내판을 복원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조선학교 학생들은 안내판 훼손이 일제 강점기에 징용 노역을 한 조선인 희생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도라고 보고 우려를 표명했다.

요청서를 제출하러 온 한 학생(17)은 "당시 사람들의 일이 부정되면 자손인 우리들의 존재도 부정당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가미댐은 1940년 착공해 1947년 완공됐다. 공사 도중 태평양 전쟁에서 전황이 일본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일본 당국은 중국인 포로와 조선인 등을 동원했다.

댐 완공 때까지 적어도 8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가나가와현은 "비석은 역사적 사실을 올바르게 현민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건립된 것이므로 훼손된 것은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으며 훼손된 부분을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