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백투백' 우승…김한별, 신한동해 품고 새 별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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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언더…2개 대회 연속 정상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길 바라며 막내 아들의 이름을 ‘한별’이라고 지었던 아버지의 소원은 24년 만에 현실이 됐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5년10개월 만에 ‘백투백 우승’을 달성한 김한별(24)은 이름처럼 한국 골프계의 샛별로 떴다. 후반에만 버디 6개를 잡으며 기세를 올린 이태훈(30)의 맹추격은 대회 내내 버디를 차곡차곡 쌓은 김한별의 대관식을 막아서지 못했다.
우승상금만 2억6000만원
상금액·대상포인트·다승 1위
"어프로치샷으로 위기 관리
13번홀 파 지키며 승기 확신"
5년10개월 만에 나온 ‘백투백’ 우승
김한별은 13일 인천 청라베어즈베스트(파71·7238야드)에서 열린 2020 KPGA 코리안투어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4억원) 최종 라운드를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잡아 67타로 마쳤다.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김한별은 12언더파를 친 2위 이태훈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 3라운드 내내 단독 선두를 달렸던 ‘베테랑’ 문경준(38)까지 끌어내린 극적인 ‘역전우승’이다. 김한별은 올시즌 열린 7개 대회에서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거두며 명실상부한 KPGA 투어의 최강자로 거듭났다.그는 지난 8월 30일 열린 헤지스골프KPGA오픈 연장 우승으로 첫 승을 신고한 데 이어 곧바로 열린 대회까지 연속 제패하는 특별한 역사도 썼다. KPGA 투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은 2014년 박상현(37)이 바이네르 파인리즈오픈과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제패한 이후 5년10개월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김한별은 “의식하고 있지 않았는데 큰 기록이 나와 영광”이라며 “휴식기 동안 훈련을 통해 샷감을 갈고 닦은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첫 다승자 타이틀과 우승상금 2억6030만원을 거머쥔 김한별은 누적 상금을 4억1774만원으로 끌어올려 상금 랭킹 1위로 뛰어올랐다. 제네시스대상(MVP) 포인트 1위도 탄탄히 다졌다.“부모님과 함께 살 집부터 마련”
김한별은 2라운드까지 문경준에게 8타 뒤진 공동 17위로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스텔스’처럼 소리 없이 올라와 승부를 뒤집었다. 선두에 한 타 뒤진 2위까지 3라운드 순위를 끌어올린 김한별은 최종일 1번홀(파4)부터 버디를 낚아 공동 1위를 만들었다. 뛰어난 쇼트게임 실력으로 2~4번홀까지 파 세이브를 이어간 그는 5번홀(파5)에서 40㎝ 버디 퍼트를 떨어뜨려 리더 보드 상단을 장악했다.2년차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과 안정적인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이태훈이 10번홀(파4)부터 12번홀(파3)까지 3연속 버디를 잡으며 선두 자리를 위협했지만 김한별은 흔들리지 않았다. 결정적 위기가 찾아온 곳은 13번홀(파4). 하지만 불가능해 보였던 2단 그린에서의 15m 파퍼트를 꽂아 넣으면서 확연한 상승세를 탔다. 14번홀(파5)에서 아이언샷을 핀 2m 근처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짧은 15번홀(파4)에선 드라이버를 꺼내드는 승부수를 띄운 뒤 연속 버디로 연결해 승기를 잡았다. 김한별은 “어프로치 샷이 좋아 성적이 나온 것 같다”며 “1번홀 버디를 낚을 때부터 기분이 좋았고, 13번홀 긴 파퍼트가 떨어졌을 때 승리를 확신했다”고 말했다.김한별은 ‘효자 골퍼’다. 부모 모두 교사인 김한별은 3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골퍼 꿈을 꾸는 막내 아들을 위해 그의 부모는 공무원연금을 당겨 쓸 정도로 헌신했다. 지난해 신인으로 우승 없이 상금 1억1000여만원을 모았을 때도 “부모님 공무원연금을 복구할 때까지 아무것도 사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을 정도. 김한별은 “부모님 연금은 모두 복구한 만큼 부모님이 편히 쉴 수 있는 내 집 마련에 나서겠다”며 “전북 전주라는 시골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부모님 덕분에 오늘의 영광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경준은 2타를 잃어 서요섭(24), 이태희(36), 김승혁(34)과 함께 공동 7위(9언더파)로 대회를 마감했다. 마지막 날 3타를 줄인 ‘노마드 골퍼’ 왕정훈(25)이 공동 3위(11언더파)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투어에서 3승을 수확한 그는 국내 대회 무승 징크스를 이어갔다. ‘10대 돌풍’을 기대했던 김민규(19)는 3라운드에서 1타를 잃은 뒤 기세가 꺾이면서 최종일을 이븐파로 마쳤다. 최종 합계 8언더파 공동 11위다.
인천=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