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된 美 윌셔호텔…대한항공, 1조원 긴급 수혈
입력
수정
지면A14
만기 차입금 9.5억弗 상환 예정대한항공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그랜드센터호텔에 9억5000만달러(약 1조1000억원)를 긴급 수혈한다. 윌셔그랜드호텔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기대와 달리 매년 적자를 내면서 모기업인 대한항공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대한항공은 급한 불을 끈 뒤 호텔 업황이 개선되는 시점에 월셔그랜드호텔 매각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호텔업황 개선되면 매각 나설 듯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윌셔그랜드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한진인터내셔널에 대해 이 같은 자금 대여안을 심의·의결했다고 17일 밝혔다. 한진인터내셔널은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LA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윌셔그랜드호텔은 2017년 개장했다. 당시 조양호 회장은 개관식에 참석해 “개인적인 꿈의 정점”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총 73층 규모로 900개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인터컨티넨탈호텔이 수탁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호텔 건축 과정에서 한진인터내셔널의 차입금 9억달러 전액에 채무보증을 섰다.
대한항공은 이달 말 수출입은행에서 3억달러를 대출받아 한진인터내셔널에 재대출할 예정이다. 또 미국 현지 투자자와 브리지론(단기 차입 등으로 필요자금을 조달하는 대출)도 협의 중이다. 나머지 자금은 대한항공 자체 자금으로 지원한다.한진인터내셔널은 대한항공이 긴급 수혈한 9억5000만달러 중 9억달러는 이달 말과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나머지 5000만달러는 호텔 운영자금으로 충당한다.
대한항공 측은 “1년 이내 대여금 대부분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달 미국 현지 투자자와 한진인터내셔널 지분의 일부 매각과 연계한 브리지론을 확보해 3억달러를 상환받을 예정이다. 또 내년에 한진인터내셔널이 3억달러 담보대출을 받아 갚기로 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윌셔그랜드호텔은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1099%에 달한다. 지난달 알짜 사업부인 기내식사업부를 팔아 1조원을 확보했지만 본업인 항공 업황 개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윌셔그랜드호텔을 더 이상 지원할 여력이 없다. 대한항공의 호텔사업은 3년 연속 500억원 이상 적자를 냈다.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한항공의 호텔 매각 계획을 받아들여 이번 3억달러 대출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호텔 업황이 침체된 상황에서 매각 작업이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만수/이상은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