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따려다 벼랑서 '미끌'…독버섯 먹고 '구토·설사'

임산물 채취 중 사고 가을에 집중…"여럿 동행하고 낯선 산 피해야"
독버섯은 조금만 먹어도 위험…일부는 식용과 외형 거의 같아
올가을 버섯을 따려고 산을 오르다가 추락하고, 야생 버섯을 먹다가 식중독을 일으켜 숨지거나 병원 치료를 받는 사고가 잇따라 입산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3일 강원 양구군 방산면 오미리 한 야산에서 버섯을 채취하던 A(73)씨가 10m 절벽 아래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추석날인 지난 1일에도 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전북 진안군 상전면 한 야산에 올랐던 70대가 연락이 끊겼다가 닷새 만에 숨진 상태로 수습됐다.

지난달 10일에는 강원 고성에서 버섯을 채취하러 나간 뒤 연락이 끊긴 90대 노인이 실종 8일 만에 산 절벽 아래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올해는 기록적인 장마로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버섯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마을 주민뿐 아니라 외지 도시인까지 많은 사람이 송이와 능이 등 각종 버섯을 채취하고자 산을 찾고 있다.
하지만 임산물 채취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깊이 들어가 길을 잃을 수 있고, 또 당장 발 앞에만 몰두하다 보면 실족하기 쉽다.

실제로 산에서 버섯 등을 따다가 추락하는 사고는 가을에 집중해서 발생한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2017∼2019년 임산물 채취 중 산악사고는 총 63건이 발생했다.

이 중 36건(57%)이 9∼10월 사이 일어났다.

전북에서 최근 5년간 모두 2천502건의 산행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중 단풍 구경이나 버섯채취 등 등산객이 많은 가을이 840건으로 사고가 가장 잦았다. 강원도소방본부 관계자는 "버섯 등 임산물 채취는 경사가 급하고 험한 지형에서 이뤄져 사고 위험이 큰 만큼 2명 이상이 함께하는 것이 좋다"며 "지형을 잘 모르는 산은 깊이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버섯 채취 중 낙상만큼 야생 버섯의 무분별한 섭취도 위험하다.

경기북부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가평군 조종면에서 50대 부부가 버섯을 먹은 후 복통, 구토, 설사 등 증세를 일으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 부부는 같은 날 오전 11시께 산에서 채취한 버섯을 라면에 넣어 끓여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 관계자는 "광대버섯류의 독버섯을 섭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추석 연휴 기간인 2일 포천에서도 일가족 4명이 야생 버섯을 나눠 먹은 후 구토 등 식중독 증상이 나타나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독버섯과 식용 버섯을 완벽하게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만큼 야생 버섯은 가급적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버섯 모양은 거의 비슷하나 DNA로 보면 다른 종으로 분류되는 사례도 발견된다.

전문가들도 물질 분석이나 유전자 분석을 해야 구분이 가능한 수준이다.
'색깔이 화려하고 원색이면 독버섯이다', '세로로 잘 찢어지면 식용이다', '은수저에 닿았을 때 색깔이 변하면 독버섯이다', '끓이면 독이 없어진다' 등 속설도 모두 잘못된 정보다.

일반적으로 독버섯은 식후 30분에서 3시간 이내에 구토, 발열, 설사, 위장장애 등 증상이 나타나며, 독우산광대버섯, 마귀광대버섯 같은 버섯은 소량만 먹어도 사망할 수 있다.

소방 관계자는 "버섯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고 야생 버섯을 섭취했다가 중독 증세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혹시 중독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토해내고, 병원에 보여줄 수 있도록 먹다 남은 버섯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을 산행 중 버섯이나 잣, 도토리 등을 발견하고 산 주인의 허락 없이 채취하기 쉽지만, 이는 불법행위다.

임산물을 채취하려면 산림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채취권을 받은 후에야 가능하다.

만약 이를 위반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산림청은 가을철 대표 임산물인 도토리·밤·잣을 비롯해 송이와 능이 등 버섯류의 불법 채취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이달 31일까지를 임산물 불법 채취 집중 단속기간으로 정하고 산림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하고 있다. (나보배, 최재훈, 양지웅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