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코로나와 히잡, 그리고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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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동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전무화장품 사업을 하는 필자의 지인이 어느 날 이런 질문을 했다. “중동에서는 어떤 화장품들이 잘 팔리는지 아니?” “글쎄... 색조화장품인가?” 뜻밖에도 정답은 피부트러블 개선 화장품이었다. 오랜 시간 히잡을 쓰면 얼굴에 뾰루지가 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능성 화장품이 많이 팔린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히잡 만큼은 아니지만 얼굴의 상당 부분을 가리는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됐다. 이로 인해 피부트러블도 많아졌다고 하는데, 필자의 경우 트러블보다 놀라웠던 경험은 바로 입냄새다. 그간 이렇게 가까이서 본인의 입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마스크가 가져온 불쾌한 입냄새의 경험은 적극적인 양치와 향수 사용을 자극했다. 많은 흡연자들 역시 본인의 흡연 후 입냄새를 맡으며 금연욕구를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향기가 나는 마스크 혹은 흡연 후 마스크를 쓰면 상당한 악취를 풍겨 금연에 도움을 주는 마스크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다. 안경을 쓰는 필자는 마스크 착용 시 발생하는 김 서림 때문에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데, 김 서림이 덜한 렌즈, 혹은 습기를 빨리 배출하는 마스크 소재가 있다면 참 좋겠다 싶기도 하다.
많은 경영자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만 변화는 오히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성장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M&A 시장에서 각광받는 산업을 관찰하다 보면 이러한 시대의 변화상을 느낄 수 있다.
먼저, Last Mile Delivery 산업이다. 물류는 생산지에서 대형 물류창고나 거점지로 이동하는 대규모 물류를 의미하는 First Mile Delivery와 물류센터에서 각 배송지로 전달되는 소규모 물류인 Last Mile Delivery가 있다. Last Mile Delivery는 주로 오토바이를 배송수단으로 활용한다.
과거 오토바이 배송은 산업화되지도 않았고, 정식 물류업으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오토바이 물류 시스템은 물류혁신을 이루며 더욱 성장할 산업이며, 발전하고 개선돼야 할 분야다. 둘째, PPE (Private Protect Equipment) 산업이다. 가족들이 모여 앉아 김치찌개 남비에 각자의 숟가락을 넣어 떠먹던 식습관이 개인접시 사용문화로 바뀌고, 누군가 근처에서 재채기를 하면 “Bless you”라고 말하기는 커녕 마스크를 제대로 썼는지 흘겨보거나,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위생장갑을 끼는 문화는 새로운 산업을 촉발하고 있다. 마스크, 장갑, 고글, 위생화, 보호복 등 외부 위험으로부터 각자의 안전을 돕는 도구가 발달하고 있는데 이를 PPE (Private Protect Equipment)라 한다.
글로벌 PPE 강자인 3M은 관련 분야의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M&A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PPE 산업의 성장이 기대된다. 최근 M&A 시장에서 회자되는 마스크 회사 A사는 그 밸류에이션이 과거 상상하지 못하던 수준까지 올랐다.
셋째, eCommerce 산업이다. eCommerce의 성장은 이미 예견됐지만 코로나로 인해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eCommerce 사업자 간 출혈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경쟁우위를 확보할지가 중요한데, 최근 대규모 자금유치를 하고 있는 B사는 흥미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과거 사업자들의 매출 개념도는 ① 소비자가 특정 수요를 느낀다 ② 그 수요에 맞는 제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을 선택한다 ③ 소비한다 순서였다. 그러나 B사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건 소비자들이 우리 사이트(site)에 자주 오게 되면 매출이 늘지 않을까?”
이들은 소비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동영상, 제품패키지, 게임적 요소 등을 도입하면서 사람들이 특별한 수요가 없어도 심심해서 방문해보는 곳이 되었고, 자연스레 매출도 늘었다. 많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돈을 벌기 전에 가입자를 확보'하듯이, '물건을 팔기 전에 방문객을 늘리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성장하는 산업은 이 외에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경영자들은 이러한 성장 산업에 투자하고 싶어한다. 누군가 필자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답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질문을 하느냐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이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까?”라는 질문보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무엇을 더 필요로 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을 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