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공세에 진땀 뺀 트럼프…극우음모론 집단 비난은 거부

NBC 타운홀 행사서 진행자와 설전…공격적 질문에 수세속 항의도
첫 TV토론 전 코로나 검사질문에 "기억 안나"…마지못해 평화적 권력이양 수용의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NBC방송과의 타운홀 행사에서 진땀을 뺐다. 타운홀 진행자이자 앵커인 서배너 거스리로부터 60분간 공격적이고 송곳 같은 질문 공세에 시달리며 수세에 처한 듯한 모습 속에 때때로 강하게 항의하며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스리로부터 극우음모론 단체인 '큐어넌'(QAnon)의 주장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이 단체를 부인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큐어넌은 친(親)트럼프 성향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원 등이 연루된 소아성애자 집단과 비밀리에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등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큐어넌 이론의 지지자들이 소아성애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거스리를 향해 "당신은 내게 (큐어넌에 대해) 말했지만 당신이 말한 것이 반드시 사실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기 싫다"고 받아쳤다. 거스리가 진정한 지도자는 음모론을 음모론이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한 의원을 말을 인용하며 압박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는 것이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거스리가 "당신은 (큐어넌을) 안다"고 다그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모른다"고 반박하는 일이 반복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를 비난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나는 수년간 백인우월주의를 비난했다"면서도 "당신은 항상 그 질문으로 시작한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를 자신의 지지층이라고 여기고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종종 받았다.

그는 진행자를 향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안티파'를 비난하는지 묻지 않는다고 쏘아붙인 뒤 "나는 안티파를 비난하고 민주당이 운영하는 도시를 불태운 좌파의 사람들도 비난한다"며 안티파로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안티파는 백인 우월주의에 저항하는 극좌 성향의 무장단체나 급진적 인종차별 반대주의자를 뜻한다.

거스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당시 바이든 부통령이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미 해군 특전단 '네이비실'을 살해했다는 내용의 음모론을 트럼프 대통령이 리트윗한 것도 문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은 리트윗이었다.

누군가로부터의 의견이었다"고 주장하자 거스리는 "이해할 수 없다.

당신은 대통령이지, 누군가의 '미친 삼촌'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민주당 바이든 후보와 첫 TV토론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추궁당하듯 질문을 받았다.

그는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재차 질문을 받자 "아마 전날 했을 것이다", "아마 했을 수도, 안 했을 수도 있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회 3일 후인 지난 2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공개했는데, 이를 두고 토론회 시점에 이미 감염 상태였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연방대법관 지명 행사 참석자 중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한 것과 관련해 "나는 대통령이고 사람들을 봐야 한다.

지하실에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의 85%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잘못된 정보를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평화적 권력이양 질문에 분명한 의지를 밝히지 않아 비판받은 것을 의식한 듯 이날은 평화적 이양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공정한 선거가 되길 바란다며 우편투표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진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스리가 거세게 몰아붙이자 "우리는 같은 편이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초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간 2차 TV토론이 예정돼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화상 방식'에 반대하는 바람이 TV토론이 무산된 상태였다.

바이든 후보가 이후 ABC방송과 타운홀 행사 일정을 잡자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시간대에 NBC방송과 별도로 타운홀 행사를 계획하고 맞불을 놨다.

거스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붙인 것은 NBC가 바이든 후보와 같은 시간대에 타운홀을 배정했다가 비판받은 것을 만회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타운홀에 대해 거스리가 일련의 짧은 대화형 질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했다며 대통령을 꼼짝 못 하게 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자가 질문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함에 따라 60분간 옥신각신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