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화성 삼성반도체서 마지막 인사…임직원 국화 배웅

사재 털어 건설, 2010년 기공식때 직접 삽 뜨기도…"회장님 발자취 영원히 기억"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28일 생전 글로벌 1위로 일궈낸 메모리 반도체 분야 사업장에서 임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 회장을 태운 운구 차량은 이날 오전 11시 2분께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 도착했다.

화성 사업장은 삼성전자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를 연구·생산하는 곳으로 2000년에 준공됐다.

이 회장이 사재를 털어 일궜으며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인 2010년 반도체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해 직접 삽을 뜬 적이 있을 정도로 애착을 보인 곳이다. 화성 사업장 H1 정문에 걸린 "회장님의 발자취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이 회장을 가장 먼저 맞이했다.

이후 운구 차량은 사업장 내부 도로를 따라 이동하며 연구동 등 사업장 건물을 천천히 지나쳤다.

도로 옆으로 임직원 100여 명이 각자 흰 국화 한 송이를 들고 나란히 서서 이 회장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운구 차량이 이동하는 동안 일부 직원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차량 위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이 회장이 생전 화성 사업장을 찾았을 때 모습이 담긴 영상이 흘러나왔다.

정문 입구에서 만난 8년 차 직원 이모(38) 씨는 "육아휴직중이라 사원증을 반납해 사업장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존경하는 경제인이자 직원으로서 회장님을 아끼는 마음에 가시는 길 배웅하고자 일부러 나왔다"고 말했다. 사업장 입구에는 인근 주민들도 나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한 중년 여성은 "개인적으로 이 회장의 가는 길을 지키고 싶어 남편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운구 차량은 사업장에 들어간 지 20분 만인 오전 11시 22분 H3 문으로 사업장을 빠져나왔다.
이 회장의 마지막 출근길에는 유족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함께했다.

삼성의 주요 전·현직 임원들도 승합차를 타고 장례식장에서부터 뒤따랐다.

일부 언론사 취재 차량들이 운구 행렬을 따라 사업장에 도착해 안으로 진입하려 했지만, 삼성 직원들이 막아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운구 행렬은 이후 장지인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의 가족 선영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이 회장 증조부모의 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영결식은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비공개 가족장으로 진행됐다.

영결식에는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결식 이후 운구 행렬은 화성 사업장으로 향하기 전 이 회장이 거주하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인근 리움미술관을 들렀다.

다만, 정차하지 않고 지나쳐 이동했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새벽 4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향년 78세 일기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5개월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