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S&T중공업 노동자 "K2전차 국산변속기 사용해 달라"

경남 창원지역 대표 방산업체인 현대로템과 S&T중공업 소속 노동자들이 K2 전차에 국산변속기를 사용해 달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동시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방위산업 살리기에 경남도와 창원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현대로템지회와 S&T중공업지회는 3일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세대 전차 파워팩 변속기 국산화에 대한 조속한 결정을 촉구했다.현대로템은 차세대 전차인 K2전차 완성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S&T중공업은 K2전차의 핵심부품인 파워팩 변속기를 생산한다.

이들은 "K2전차 파워팩 국산화 결정이 늦어지면서 방위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수십만명이 고용 불안을 겪고 있다"며 "일감이 없어 도산 위기 일보 직전인 중소기업을 구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K2 전차 변속기 국산화 사업이 수년째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발생했다.이들 업체에 따르면 S&T중공업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665억원(정부 396억원, 업체 269억원)을 투입해 K2 전차 1500마력 국산변속기를 개발했다. 야전시험과 도로시험에 성공해 전투형 적합판정을 받았지만 2017년 2월 마지막 내구도 평가 중 7359km에서 독일 ZF산 볼트 한 개가 파손됐다는 이유로 정부가 2차 양산 분에 대해 독일 변속기를 사용하기로 결정, 단 한 대도 납품하지 못했다.

S&T중공업은 이어 독일산 핵심부품인 변속장치(레인지백), 유체감속기(리타더), 좌우 브레이크, 정유압 조향장치(H.S.U)와 변속제어장치(T.C.U)를 자체 개발하고 3차 양산사업 검증 절차만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구도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국회 국방위원들의 지적에 따라 일부 개정했던 K2 전차 변속기의 평가 방법이 사실상 원점으로 복귀하면서 발목이 잡혔다.노조 측은 “3차분에는 국산변속기를 탑재하기 위해 7월13일 방위사업협의회를 열었고 모호한 국방규격에 대해 기관별 이견이 발생할 경우 전문위원협의체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규격을 완화하겠다고 해 완전 국산화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며 “그러나 방사청 개발관련 팀 내 인사조치가 있은 후 S&T중공업이 제출한 신청서는 반려됐으며, 전문위원협의체는 배제되고 최종 판단은 기품원이 하겠다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로 인해 400억원의 추가 재고와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도산위기에 내몰려 있다”며 “S&T중공업 종업원들은 일감이 없이 5년째 장기 휴직 중으로 올해 110명이 희망퇴직하고 또 120명이 휴직 중이며, 현대로템 역시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S&T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파워백 변속기가 적용될 경우 국가 예산이 절감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수출 파급 효과로 국가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창원과 경남도를 방산제조업의 메카로 성장시켜 수많은 일자리를 유지·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노조 측은 “얼마 남지 않은 올해 K2 전차 3차 양산분에는 꼭 국산변속기를 탑재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달릴 수 있도록 국회는 하루빨리 결정해 달라”며 “동시에 경남도와 창원시도 행정력을 총 동원해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