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선거인단 투표 거쳐야 당선확정…무산되면 의회서 뽑을수도

바이든 이겼지만, 트럼프 무더기 소송·재검표 작전으로 제동 시도
의회서도 결론 안 나면 권력 서열 3위 하원의장이 임시 대통령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결과를 놓고 무더기 소송을 제기하고 불복 의사를 밝히면서 미 정국이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에서 일반 유권자 투표 결과, 대통령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해 승리했다.

하지만, 북복을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소송 때문에 이겨놓고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진흙탕 싸움에 휘말리게 됐다.

일각에선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당선인이 확정되지 않으면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법적으로 아직 당선인 신분은 아니다.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간접선거 제도를 채택한 미국은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일반 유권자 투표 결과를 토대로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을 구성하며, 선거인단에서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 주 개표 결과를 놓고 선거 사기라고 주장하며 무더기 소송전으로 대응해 선거인단 구성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는 4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조지아주 개표 결과를 놓고 소송을 제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 모든 주에서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며 개표 분쟁의 전선을 확장했다.

대통령 당선인을 어떻게든 결론 내야 하는 1차 시한은 12월 8일이다. 미국 연방 법률은 미국의 모든 주가 그때까지는 대선 개표와 관련한 모든 분쟁을 끝내고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송전이 연방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선거인단 구성은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근소한 표 차로 패배한 위스콘신에는 재검표를 요구했는데, 재검표를 둘러싼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다툼도 당선인 확정을 장기간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00년 대선 때 재검표 소동으로 당선인 확정이 한 달여 간 지연된 사례도 있다.

당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경합 주 플로리다의 재검표를 놓고 지루한 공방을 벌였고, 연방대법원이 재검표 중지를 명령하고 나서야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20년 전에는 고어 후보가 연방대법원 결정에 승복하며 부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올해의 경우 소송과 재검표 분쟁이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가 없다.

만약 12월 8일을 넘어서까지 개표 분쟁이 이어지고 선거인단을 구성하지 못하면 미국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게 된다.

정상적 일정이라면 미국 의회는 내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를 열어 선거인단 투표를 개표해 당선인을 확정 발표하고,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을 거행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헌법의 '비상 선거 상황' 조항에 따라 대통령과 부통령 선출 권한은 의회로 넘어가게 된다.

이 경우 대통령은 하원에서, 부통령은 상원에서 뽑게 된다.

하원의 대통령 선출은 전체 의원이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주별 다수당 대표가 한 표씩 행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쉽게 말해 미국 50개 주에서 1명씩 총 50명의 하원 대표가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극한 정쟁으로 표결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
또 표결을 하더라도 25표 대 25표의 동점이 나오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다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표결해야 한다.

상원에서 부통령을 뽑았는데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까지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임시로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의회의 극한 대립으로 부통령마저도 정하지 못하게 된다면 하원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