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문제 드러낸 '말리 특급' 케이타…KB손보에 '위기' 경보

지난 1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의 남자 프로배구 V리그 1라운드 마지막 경기.
1라운드 5전 전승을 달린 두 팀의 맞대결이었지만 경기 전에 만난 이상렬 KB손보 감독은 다가올 고비를 걱정했다.

이 감독은 "케이타의 체력적인 문제가 제일 걱정"이라며 "자칫 쓰나미처럼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이 왜 재앙과도 같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는지는 이날 경기 내용이 잘 보여줬다.

1세트에서 '말리 특급'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가 팀 공격의 75%를 점유하며 17득점할 때만 해도 KB손보의 분위기는 좋았다.

올해 19세의 케이타는 공을 띄워놓기만 하면 엄청난 탄력으로 뛰어올라 어떤 자세로든 득점으로 연결했다. 케이타의 어마어마한 타점에 OK금융그룹은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1세트에서 많은 힘을 쏟은 케이타는 2세트 이후부터는 타점이나 위력이 조금씩 내려왔다.

2세트 10득점, 3세트 12득점으로 여전히 제 몫을 다했지만, 범실이 늘어났고, 4세트에서는 공격 성공률이 30%까지 뚝 떨어지며 7득점에 그쳤다. 경기는 OK금융그룹의 세트 스코어 3-1 역전승으로 끝이 났다.

KB손보의 올 시즌 첫 패배이자 올해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케이타의 공식 경기 첫 패배였다.

KB손보는 1세트를 따내려고 케이타에 공격을 전적으로 몰아줬다가 경기 전체를 잃었다. 한마디로 '소탐대실'한 경기였다.

실상은 OK금융그룹의 미끼에 낚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케이타가 분명 좋은 선수인 것은 맞는데 계속 저렇게는 못 때릴 것이라고 봤다"며 "선수들에게 케이타가 더 많이 때리게 하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케이타가 웨이트트레이닝을 선호하지 않는 소문도 힌트가 됐다.

석 감독은 "케이타의 몸을 봤을 때 정말 말랐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잘 못 한다고 들었다"며 "다른 팀과 경기에서 힘을 많이 쓴 것 같았고"고 소개했다.

케이타는 V리그 데뷔와 함께 리그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케이타는 득점 1위, 공격 성공률 2위, 오픈 공격 1위에 오르며 놀라운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해주는 케이타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에 자칫 그에게 슬럼프가 찾아올 경우 팀 전체를 삼키는 위기가 될 수 있다.

이상렬 감독은 "케이타의 실망감이 매우 큰 것 같다.

케이타 외에 나머지 선수들이 조금만 더 받쳐줬다면 더 나은 경기를 했을 것 같지만 이게 현실이다. 다시 선수들을 잘 다독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