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깜짝 1위'에 요동치는 대선판…3자구도 굳어지나

李-李 지지율 정체 속 여권, 내심 당혹…"일시적 현상"
지리멸렬 보수진영, 인물난 속 내심 기대감


차기 대권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차기주자 지지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치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처음으로 1위로 올라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11일 발표된 한길리서치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는 윤 총장(24.7%), 이 대표(22.2%), 이 지사(18.4%) 순이었다.

여권 양강 주자의 지지율이 20% 안팎 박스권에서 정체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윤 총장이 급부상하면서 '3자 구도'가 굳어지는 흐름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여권 인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작심 발언을 쏟아낸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지지율이 급등했다.

여권의 '윤석열 때리기'가 도리어 윤 총장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기 대선이 1년 넘게 남았지만, '윤석열 급부상'을 바라보는 여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윤 총장의 지지율 1위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야권이 대안주자를 찾지 못해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견고하지 않은 지지율이어서 신기루 같이 금방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윤석열 현상'의 이면에, 여권 주자들의 '박스권 정체'가 깔려있다는 점은 민주당으로서도 무척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친문(친문재인)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2심 유죄 판결로 대권 레이스 참여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당은 친문 진영을 중심으로 제3, 4 후보의 등장 가능성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경우 최근 지방 방문과 여야 의원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사실상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원지사를 지낸 이광재 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은 내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윤 총장의 지지도 1위에 반영된 보수층과 유동층의 쏠림 현상이 지속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보수 결집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여권에 유리한 요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야권 후보로도 분류되는 윤 총장의 상승세를 두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 주자가 아니라는 점이 딜레마이자 리스크다.

야권 지지층에서 갈수록 힘을 받는 윤석열 대망론은 새 인물과 정권 탈환을 고대하는 보수층의 갈증에 당이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무소속 홍준표 의원,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 등 기존 주자들이 일찌감치 대권 행보에 나섰지만 지지율 다툼이 '도토리 키재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K소장은 "추미애-윤석열 대결 구도가 차기 대권주자 지형을 바꿔놓는 비정상적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보수 진영이 대권주자 상실의 시대를 맞은 상황에서 보수층 유권자가 윤 총장을 현 정권의 대항마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