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재검표' 상처 20년만 설욕한 '막후의 손' 베테랑 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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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대선' 영화 '재검표' 실존인물 클레인, 바이든 최고참모로 백악관 재입성
故 긴즈버그 대법관 인준 이끄는데 기여…민주 대선후보들 '토론 준비' 수석 코치
바이든 장남 잃고 대선 포기 당시 힐러리 캠프행 '배신' 후 화해 곡절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 발탁 소식은 공화당이 경합주를 겨냥해 재검표를 요구, 소송전에 돌입하며 불복 행보를 이어가는 와중에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바이든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론 클레인(59)으로선 한 달 이상 당선자가 확정되지 못하는 혼란이 연출됐던 2000년 대선 때의 '플로리다 재검표' 사건이 오버랩될 수밖에 없다.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플로리다 재검표 관련 법률팀을 이끌었다.
당시 플로리다는 양 후보의 당락을 결정할 핵심 승부처였는데, 초접전이 벌어지자 재검표를 둘러싼 지리한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이에 고어 측은 클레인을 캠프 내 '재검표 위원회'의 최고법률책임자로 임명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의 재검표 중단 결정이 나오자 고어는 결국 승복했다.
고어는 이로서 총 득표수에서 50만표 이상 앞서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패배했다. 당시 상황은 '리카운트'(재검표)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그의 역할을 맡았다.
그 당시의 '뼈아픈 기억'은 두고두고 클레인을 괴롭혔다. 그는 지난해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사람들은 나더러 2000년 대선과 재검표를 잊어버리고 넘어가라고 자주 말한다"라면서 "아직 잊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트럼프 캠프가 소송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작게 점쳐지는 것을 고려하면, 클레인으로선 역설적으로 당시의 뼈아픈 경험을 20년 만에 설욕하며 바이든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과 클레인의 '31년 인연'에는 굴곡도 없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에 합류해 갈등을 빚은 것이다.
당시 바이든은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와중 분신과도 같았던 장남 보가 뇌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크게 상심한 상황이었다.
그는 결국 그해 출마를 포기했다.
그런데 바이든이 출마 포기를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클레인은 클린턴 캠프에 자원해 클린턴의 토론 준비를 도왔다.
당시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클레인이 클린턴 캠프에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는데, 그는 "그들한테 나는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지만, 클린턴 캠프에서 일하게 돼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바이든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맞았을 때 믿었던 '복심'이 등에 칼을 꽂은 격이었다.
클레인의 '배신'으로 두 사람은 그해 대선이 끝날 때까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바이든이 부통령일 당시 비서실장을 역임한 스티브 리체티가 따로 두 사람의 재회를 주선하고 나서야 비로소 둘은 화해할 수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클레인은 의회와 백악관, 대선 캠프 등을 두루 거치며 바닥부터 잔뼈가 굵은 베테랑 책사로도 이름을 떨쳤다.
그는 1991년 아버지 부시 행정부가 지명한 클래런스 토머스 당시 대법관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을 당시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의 수석 법률 보좌를 맡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빌 클린턴 정부 당시엔 백악관에서 근무하며 '진보의 아이콘'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 대법관이 인준을 이끄는데 기여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오바마 정부에선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전국민건강보험법(ACA) 통과 뒤에도 그가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를 '장막 뒤 워싱턴의 손'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책략가'(tactician)라고 묘사했다.
클레인은 특히 당내 대선 후보 토론 준비를 도맡아 '수석 토론 코치'로도 알려져 있다.
과거 앨 고어, 존 케리, 힐러리 클린턴 후보 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대통령의 토론을 도왔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가 후보들을 지도하면서 건넨 토론 지침들은 현재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후보 토론 준비 전략의 핵심 내용으로 자리 잡았다고 WP는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클레인의 핵심 조언 중에는 "복장에 관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옷을 입어라", "말실수 하나로 토론 전체가 날아갈 수 있다", "토론 중에 언제든 패배할 수 있지만, 승리는 첫 20분 안에서만 할 수 있다" 등이 있다. 클레인의 부인인 모니카 메디나 역시 법률가 출신으로 클린턴 정부 당시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최고법률책임자, 오바마 정부에서 국제포경위원회(IWC) 미국측 대표를 맡는 등 정부 근무 경력을 쌓아왔다.
/연합뉴스
故 긴즈버그 대법관 인준 이끄는데 기여…민주 대선후보들 '토론 준비' 수석 코치
바이든 장남 잃고 대선 포기 당시 힐러리 캠프행 '배신' 후 화해 곡절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 발탁 소식은 공화당이 경합주를 겨냥해 재검표를 요구, 소송전에 돌입하며 불복 행보를 이어가는 와중에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바이든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론 클레인(59)으로선 한 달 이상 당선자가 확정되지 못하는 혼란이 연출됐던 2000년 대선 때의 '플로리다 재검표' 사건이 오버랩될 수밖에 없다.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당시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플로리다 재검표 관련 법률팀을 이끌었다.
당시 플로리다는 양 후보의 당락을 결정할 핵심 승부처였는데, 초접전이 벌어지자 재검표를 둘러싼 지리한 법정공방이 이어졌다. 이에 고어 측은 클레인을 캠프 내 '재검표 위원회'의 최고법률책임자로 임명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의 재검표 중단 결정이 나오자 고어는 결국 승복했다.
고어는 이로서 총 득표수에서 50만표 이상 앞서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밀려 패배했다. 당시 상황은 '리카운트'(재검표)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그의 역할을 맡았다.
그 당시의 '뼈아픈 기억'은 두고두고 클레인을 괴롭혔다. 그는 지난해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사람들은 나더러 2000년 대선과 재검표를 잊어버리고 넘어가라고 자주 말한다"라면서 "아직 잊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트럼프 캠프가 소송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작게 점쳐지는 것을 고려하면, 클레인으로선 역설적으로 당시의 뼈아픈 경험을 20년 만에 설욕하며 바이든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과 클레인의 '31년 인연'에는 굴곡도 없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에 합류해 갈등을 빚은 것이다.
당시 바이든은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와중 분신과도 같았던 장남 보가 뇌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크게 상심한 상황이었다.
그는 결국 그해 출마를 포기했다.
그런데 바이든이 출마 포기를 공식 발표하기도 전에 클레인은 클린턴 캠프에 자원해 클린턴의 토론 준비를 도왔다.
당시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클레인이 클린턴 캠프에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는데, 그는 "그들한테 나는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지만, 클린턴 캠프에서 일하게 돼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바이든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맞았을 때 믿었던 '복심'이 등에 칼을 꽂은 격이었다.
클레인의 '배신'으로 두 사람은 그해 대선이 끝날 때까지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바이든이 부통령일 당시 비서실장을 역임한 스티브 리체티가 따로 두 사람의 재회를 주선하고 나서야 비로소 둘은 화해할 수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클레인은 의회와 백악관, 대선 캠프 등을 두루 거치며 바닥부터 잔뼈가 굵은 베테랑 책사로도 이름을 떨쳤다.
그는 1991년 아버지 부시 행정부가 지명한 클래런스 토머스 당시 대법관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을 당시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의 수석 법률 보좌를 맡아 존재감을 과시했다.
빌 클린턴 정부 당시엔 백악관에서 근무하며 '진보의 아이콘'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연방 대법관이 인준을 이끄는데 기여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오바마 정부에선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전국민건강보험법(ACA) 통과 뒤에도 그가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를 '장막 뒤 워싱턴의 손'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책략가'(tactician)라고 묘사했다.
클레인은 특히 당내 대선 후보 토론 준비를 도맡아 '수석 토론 코치'로도 알려져 있다.
과거 앨 고어, 존 케리, 힐러리 클린턴 후보 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대통령의 토론을 도왔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가 후보들을 지도하면서 건넨 토론 지침들은 현재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후보 토론 준비 전략의 핵심 내용으로 자리 잡았다고 WP는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클레인의 핵심 조언 중에는 "복장에 관한 말이 나오지 않도록 옷을 입어라", "말실수 하나로 토론 전체가 날아갈 수 있다", "토론 중에 언제든 패배할 수 있지만, 승리는 첫 20분 안에서만 할 수 있다" 등이 있다. 클레인의 부인인 모니카 메디나 역시 법률가 출신으로 클린턴 정부 당시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최고법률책임자, 오바마 정부에서 국제포경위원회(IWC) 미국측 대표를 맡는 등 정부 근무 경력을 쌓아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