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사고 대응, 첫날이 좌우…유족 후회하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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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재단 `유족 안내서' 발간…"유족들 이해하고 권리 지켜줘야" "병원에서 애 얼굴 보고 울고 정신이 없었는데 하청회사 이사 등이 우리한테 '용균이는 너무 성실하고 착했지만, 고집이 있어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서 사고가 났다' 그러더라고요. (…) 이 사람들이 누명을 씌우고, 용균이 잘못으로 몰고 가고 있구나.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태안화력에서 숨진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원청 이사라는 사람이 하는 소리가 네 동생이 여기서 재수 없게 죽어서 공사가 지연되지 않았느냐고, 그래서 돈이 더 들어가고 있지 않으냐고 했어요. (…) 너무 억울해서 경찰서를 찾아갔는데 증거품이 될 수 있는 제 동생 안전모를 챙기지 않았다는 거예요.
"(수원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고(故) 김태규씨 누나 김도현씨)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유족들을 위해 최근 '수많은 우리들이 함께 찾는 길'이라는 안내서를 펴냈다.
이 책을 보면 먼저 슬픔을 겪은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채 추스를 틈도 없이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정신부터 차려야 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7월 빗물저류 배수시설 확충공사 현장에서 침수사고로 30세 나이로 숨진 고(故) 안준호씨의 아버지는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이 수문 관리였는데 현장소장과 서울시, 회사가 서로 책임 주체를 떠넘기며 공방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출입 통로가 막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리가 장례를 못하겠다며 연기했다"면서 "그러자 다음날 현장검증이 이뤄지게 됐다"고 했다.
안내서는 유족들에게 "첫날의 대응이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는 고인이 사망한 이유를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는 기회를 첫날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15일 "유족들은 처음 사고를 마주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당황한 상태에 놓이는데 이때 회사와 경찰, 고용노동부 등은 유족에게 끊임없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무언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권 사무처장은 이어 "처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족들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있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유족이 정신없을 때 빨리 합의해 회사 책임을 감춘 채 사건을 종결하려고 하고,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임한 경찰 조사에서 무심코 한 말이 사망 원인을 우울증이나 개인사와 연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안내서는 경고한다.
그렇기에 유족들이 첫날 당장 행동하기보다 전문가나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시간을 두고 대응하라고 조언한다.
안내서는 첫날 유족이 기억해야 할 지침으로 '회사와 빠르게 합의하지 말라', '죽음의 원인을 아는 것은 유족의 권리니 당당히 요구하라', '동료 작업자와 목격자를 만나고 사고 현장에 직접 가라', '증거를 남겨 놓으라' 등을 제시했다.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친인척 등 주변에서 '고인을 편하게 보내드려야 하지 않겠냐'며 장례를 재촉하는 경우가 많으나, 장례가 끝나면 회사는 압박 받을 일이 없어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으니 장례는 빨리 치르기보다 제대로 치러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권 사무처장은 "유족을 위한 안내서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사망사고를 겪고 유족들이 만나게 되는 회사와 경찰, 친인척과 지인들 같은 주체들한테 유족의 상황을 이해하고 권리를 지켜달라고 당부하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태안화력에서 숨진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원청 이사라는 사람이 하는 소리가 네 동생이 여기서 재수 없게 죽어서 공사가 지연되지 않았느냐고, 그래서 돈이 더 들어가고 있지 않으냐고 했어요. (…) 너무 억울해서 경찰서를 찾아갔는데 증거품이 될 수 있는 제 동생 안전모를 챙기지 않았다는 거예요.
"(수원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고(故) 김태규씨 누나 김도현씨)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유족들을 위해 최근 '수많은 우리들이 함께 찾는 길'이라는 안내서를 펴냈다.
이 책을 보면 먼저 슬픔을 겪은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채 추스를 틈도 없이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선 정신부터 차려야 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7월 빗물저류 배수시설 확충공사 현장에서 침수사고로 30세 나이로 숨진 고(故) 안준호씨의 아버지는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이 수문 관리였는데 현장소장과 서울시, 회사가 서로 책임 주체를 떠넘기며 공방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출입 통로가 막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리가 장례를 못하겠다며 연기했다"면서 "그러자 다음날 현장검증이 이뤄지게 됐다"고 했다.
안내서는 유족들에게 "첫날의 대응이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는 고인이 사망한 이유를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는 기회를 첫날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15일 "유족들은 처음 사고를 마주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당황한 상태에 놓이는데 이때 회사와 경찰, 고용노동부 등은 유족에게 끊임없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무언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권 사무처장은 이어 "처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족들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있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유족이 정신없을 때 빨리 합의해 회사 책임을 감춘 채 사건을 종결하려고 하고,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임한 경찰 조사에서 무심코 한 말이 사망 원인을 우울증이나 개인사와 연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안내서는 경고한다.
그렇기에 유족들이 첫날 당장 행동하기보다 전문가나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시간을 두고 대응하라고 조언한다.
안내서는 첫날 유족이 기억해야 할 지침으로 '회사와 빠르게 합의하지 말라', '죽음의 원인을 아는 것은 유족의 권리니 당당히 요구하라', '동료 작업자와 목격자를 만나고 사고 현장에 직접 가라', '증거를 남겨 놓으라' 등을 제시했다.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친인척 등 주변에서 '고인을 편하게 보내드려야 하지 않겠냐'며 장례를 재촉하는 경우가 많으나, 장례가 끝나면 회사는 압박 받을 일이 없어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으니 장례는 빨리 치르기보다 제대로 치러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권 사무처장은 "유족을 위한 안내서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 사망사고를 겪고 유족들이 만나게 되는 회사와 경찰, 친인척과 지인들 같은 주체들한테 유족의 상황을 이해하고 권리를 지켜달라고 당부하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